유로존 내달 금리 내리나…'통화전쟁' 참전 임박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화 가치 상승을 경계하며 관련 대책 마련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통화전쟁(자국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끌어내리기)’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참전이 임박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드라기 총재는 18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 출석해 “유로화 강세는 유로존의 성장과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유로 환율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지 평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존 해체 우려가 해소된 지난해 7월 말 유로당 1.222달러까지 떨어졌던 유로화 가치는 19일 1.345달러로 10.06% 올랐다.

드라기 총재는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 내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수입물가가 떨어지면서 상품 전반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다운사이드리스크(경기 추락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로화 강세가 계속되면 금리 인하나 다른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달 성장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ECB의 분기 보고서 발표를 전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ECB는 작년 7월부터 기준 금리를 연 0.75%로 동결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물가 문제를 언급했지만 드라기 총재 역시 유로존의 수출 경쟁력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유로화 강세가 유로존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며 ECB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탈리아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유로당 1.19달러, 그리스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1.07달러 선까지 유로화가 떨어져야 한다는 보고서를 지난달 내놓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는 “환율은 ECB의 정책 목표 대상이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1.349달러까지 치솟았던 유로화 가치가 19일 1.345달러까지 떨어지며 약세로 돌아섰다. 선진국들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할 때는 언제나 국내 경제문제를 먼저 언급했다는 점이 이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