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초기작에 속하는 ‘탄호이저’의 2막에는 고결한 여인 엘리자베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여러 기사들이 노래 경연을 펼치는 장면이 있다. 주최자와 참가 기사들, 손님들이 행사장에 입장할 때 화려한 축전행진곡이 펼쳐진다. 우렁찬 음향의 금관, 귀에 꽂히는 듯 깔끔한 선율의 현악, 여기에 남녀 합창까지 어우러져 축제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그렇지만 행진곡이 좋았다고 다음 일도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베누스에 홀린 탄호이저가 대회 분위기를 망쳐버리고 아무도 이런 상황을 수습하지 못해 난장판이 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취임식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취임식 행사가 뭐 중요하겠는가. 진정성이 담긴 국정운영,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위한 가치 있는 논쟁을 기대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