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룹 계열사이다 보니 수익률이 조금 떨어졌다고 바로 펀드를 청산하기는 어렵죠.”

계열 자산운용사에 맡긴 펀드의 수익률이 유독 낮은 데 대해 A생명 자산운용 담당 임원은 이렇게 답변했다. 기본적으로 계열사이든 비계열사이든 펀드 간 무한경쟁을 시키는 구도지만, 계열 운용사에 대해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산점’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변액보험에 대한 실수익률 공시가 의무화되자 보험 계약자들이 단기간의 펀드 수익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들의 계열사 우대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수익률 경쟁 안이” 자성론도

생명보험협회가 12일 공시한 ‘생보사의 위탁운용사 수익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16개 보험사 중 계열 자산운용사의 1년 수익률(국내 주식형펀드 가중평균·2012년 2월~2013년 1월)이 더 높은 곳은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1곳에선 비계열사의 수익률이 월등했다. 전체 위탁자산 가운데 국내 주식형 펀드로 운영되는 자산의 수익률을 비교한 것이다.

이런 추세는 과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작년 12월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12곳, 올 1월엔 삼성생명 흥국생명 KB생명 등 10곳이 계열사에 위탁 자산을 맡겼다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계열사 운용 펀드에서만 마이너스를 낸 곳이 많다는 점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열 자산운용사에 변액 자산을 맡겼을 때 수수료를 적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ING생명과 흥국생명이 계열사에 지급하는 투자일임보수는 0.27%인 반면 비계열사의 경우 0.25%다. 오히려 비계열사 수수료가 더 낮은 것이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작년 내부 정비를 통해 계열사라고 해도 수익률이 나빠지면 곧바로 비계열 운용사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 놨다”며 “하지만 장기 투자해야 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단기 실적에만 연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 펀드의 성적이 형편없어 내부적으로 경고한 적도 있다”며 “계열 운용사가 좀 안이했던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당국 “계열사 밀어주기 도 넘어”

금융당국은 계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변액 자산의 비중이 5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보험 가입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운용 실적이 나쁘면 보험 가입자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구조”라며 “금융소비자 차원에서 다음달 감독규정을 고쳐 4월부터 50% 비율 규제를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계열사에 위탁한 변액 자산은 지난달 말 현재 65조원 규모다. 채권형 펀드가 27조57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주식형(24조9855억원) 혼합형(9조6444억원) 기타(3조2276억원) 등의 순이다.

계열사 비중이 50%를 넘는 6~7곳의 보험사들은 4월부터 비계열사로 펀드 일부를 이전해야 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이 직접 관계사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고 요청한 경우도 많아 한꺼번에 펀드 자산을 비계열사로 이전하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고객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