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증권사들이 연 4%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RP 운용 수익률이 연 3% 안팎임을 감안하면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다. 역마진을 감수하고 증권사들이 고금리 상품을 내놓는 것은 저금리와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로 은행 정기예금에서 이탈하는 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7일부터 신규 고객에 한정해 1억원 한도로 1년 만기 ‘특별한 RP’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1주일에 200억원 한도다. 류재홍 대우증권 마케팅 부장은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매주 화요일 오전이면 할당된 200억원 물량이 모두 소진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대우증권신용으로 RP원리금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도 지난 4일부터 1억원 이상 예탁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1억원 한도로 가입할 수 있는 연 4%짜리 RP 상품을 내놓았다.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는 자산가들을 유치하겠다는 포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연 4%의 수익률이 주어지는 6개월 만기 RP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조만간 특판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증권업계의 RP 운용수익률은 높아야 연 3.1~3.2% 수준이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신용등급 ‘AA’ 등급 이상 채권을 대상으로 운용하면 연 2.8% 정도고, 연 3% 이상으로 수익을 끌어올리려면 낮은 등급의 회사채까지 RP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고금리 특판상품을 내놓는 것은 단기부동자금을 끌어들이려는 포석에 따른 것이다. 황준호 대우증권 부사장은 “저금리가 장기화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하향 조정되면서 시중에 단기 부동자금이 늘고 있다”며 “이런 자금을 붙잡는 것이 증권업계의 화두”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