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용어를 만든 짐 오닐 미국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 회장(55·사진)이 회사를 떠난다.

골드만삭스는 5일(현지시간) 18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오닐 회장이 올해 안에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측근의 말을 인용, 골드만삭스 내부에서 GSAM의 위상이 크게 떨어진 데다 오닐 회장과 회사 간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임 배경을 전했다.

그는 2001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떠오르는 4대 신흥시장으로 예측, 나라명 앞글자를 따 ‘브릭스’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2010년 9월부터 GSAM 회장을 맡았고, GSAM은 지난해 5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회사 골드만삭스의 핵심인 투자은행 부문이 올린 49억3000만달러의 매출보다 약 5.48%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오닐 회장이 추진한 여러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주식 채권 이외의 대안 투자로 고수익을 남기려고 했던 GSAM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동안 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전체 자산은 8210억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던 2007년의 868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이 랠리를 펼치는 동안에도 GSAM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큰 변동이 없었다는 평가다.

FT는 “골드만삭스 내에서 GSAM의 지위와 관련한 불만이 있었고, 그것이 퇴사의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그는 월가에서 골드만삭스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강력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아이디어에는 유상증자 비중을 늘리고 고객의 수익과 연동되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골드만삭스의 문화로는 그의 (급진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와 게리 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오닐 회장은 혁신적인 경제 트렌드를 예측한 주인공”이라며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왔다”고 평가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셰필드대에서 지리·경제학을 전공한 오닐 회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스위스은행 등을 거쳐 1995년 골드만삭스에 합류했다. 그의 거취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