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8-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CSO)’에서 CSO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기계’로 평가받는 연주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82)도 자신의 명성이 ‘허명(虛名)’이 아님을 보여줬다.

1부는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로 시작됐다. 연주회에 앞서 이날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젤은 이 곡에 대해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주피터’는 그의 열정과 추진력은 물론 심연의 어둠과 비극까지 담아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냈다”며 “관객과 연주자가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 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50여명가량의 소편성으로 무대에 나섰지만 소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연주는 탁월했다. 화려한 금관악기 파트로 유명한 CSO지만 이 곡에서는 현악기가 제 실력을 발휘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하나의 악기처럼 움직이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빈틈 없이 채웠다. 마젤은 작은 손짓만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정적이었지만 오히려 알기 쉬운 지휘였다.

이어진 2부 공연은 브람스 교향곡 2번. 1부보다 연주자가 2배가량 늘어난 대편성이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연주는 여전했다. 늘어난 금관악기는 현악기 연주 위에서 마음껏 실력을 뽐냈다. 공연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끝났다.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다시 지휘대에 오른 마젤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을 앙코르 곡으로 선사했다.

CSO의 내한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CSO의 음악감독인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자로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독감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로린 마젤이 지휘봉을 잡았다. 데보라 러터 CSO 대표는 이날 공연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마젤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투어를 진행하며 마젤과 CSO 단원 간 호흡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젤도 “이번 공연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하다”며 “첫째는 세계 최정상급 CSO와 함께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특별히 사랑하는 도시인 서울에서 연주한다는 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한국계 미국인인 CSO 부악장 스테파니 정(25)도 참석했다. 2008년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정씨는 2011년 리카르도 무티가 CSO 부악장으로 발탁했다.

1891년 창단한 CSO는 2008년 영국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의 오케스트라 순위 선정에서 5위에 올랐다. 미국의 유명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보다도 높은 순위다. 프리츠 라이너, 게오르그 솔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20세기를 빛낸 지휘자들이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CSO는 7일 베르디의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서곡’과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으로 다시 한 번 한국 청중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