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능을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외교부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 통상기능 이전과 관련된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 임명·권한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을 거론하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헌법상 국가대표권과 조약 체결·비준은 대통령 고유권한이고, 이 권한은 외교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37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물러나는 사람이 국익을 위하는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말 하지 않는 것이 공직자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했다.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김 장관이 외교부 직원들에게 메일로 “조직보다 정부가 먼저”라며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김 장관은 그동안 조직개편안에 대해 물밑에서 설득전을 벌여왔다. 특히 외교부가 인수위에 항명하는 것으로 비칠 경우 향후 외교부가 ‘괘씸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고 한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기능 분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뜻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김 장관이 국회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자격임을 전제로 헌법 66조와 76조를 거론하며 “통상교섭체결권에 대해 외교부 장관이 헌법상 가진 권한인 것처럼 왜곡해 오히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고 반박했다. 박 당선인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가 김 장관의 발언을 ‘궤변’으로까지 표현하며 초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여야 간 협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조직개편으로 손해를 본 부처들이 국회 로비를 통해 조직 사수전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외교부를 시범케이스로 정부 부처에 대한 ‘군기잡기’에 나선 셈이다.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 간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6인 회동을 갖고 정부조직법 처리를 위한 공식 협의에 들어갔으나 견해차만 확인한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차질이 없도록 예정대로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직개편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 ‘통상+산업’ 융합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허란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