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 경제지표 개선과 지난주 급등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4일 오후 2시26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0원(1.14%) 내린 1084.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1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수와 1월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제조업지수 등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양호한 수치를 나타내며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 고점을 1094.50원으로 높였다가 차익실현 매물에 추가 상승을 제한당했다. 수출업체 네고물량(달러매도) 공급도 이후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에 나서면서 원화 수요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외국인은 8일 만에 순매수에 나서 114억원 매수 우위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주 미국 경기지표가 시장예상치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대적 위험자산인 원화에 대한 매수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설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 네고물량도 유입되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지난주 급등에 대한 조정으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외환 관련 추가 규제도 윤곽을 드러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이고 원화 펀더멘탈(기초체력)도 여전해 당분간 환율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환율 변동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로 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서 1050원대에서 반등을 확인하기도 했고 이미 원화 강세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본다"며 "향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이전 저점인 1050원대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다시 환율 이슈가 증시에 영향력을 키울 가능성은 남아있다.

곽 연구원은 "원화 강세 기조는 기본적으로 수출주의 매력은 떨어트리고 전기·가스·음식료·항공 등의 매력은 올리는 중장기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1050원대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기업 가치(펀더멘털) 측면에서 다시 전반적인 영향력을 높일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민하·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