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같이 흘러야 한다. 수출이 줄고 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서민의 장바구니 경기는 더 어려워지는 법이다. 경제가 안 좋으면 일부 여론은 소비 절약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씀씀이를 줄이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예산을 줄이는 것도 위기 극복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국가 경제와는 좀 다르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는 다소 맞춤형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시장에 직접 가담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에서 일부 과장된 여론을 이용해 각종 규제를 만들어 모든 국민의 절약을 유도할 경우 서민과 상류층 할 것 없이 지갑을 닫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불황 때 상대적으로 안정된 계층은 공기업 직원, 공무원 등 고용 안정성이 높은 봉급자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일차적으로 이들의 건전한 소비 촉진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골목 시장과 외식업은 물론이고 골프 등 건전한 운동과 오락장의 소비가 살아나고 체감 경기도 되살릴 수 있다.

작년에는 총선과 대선, 그리고 한파 때문에 서비스 업종이 큰 타격을 받았다. 혹시 선거법 위반 사례가 될까 하는 염려 때문에 단체 모임이 반 토막 나면서 외식업, 유흥업소 등은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한다.

과거처럼 소비를 국가 경제에 해를 입히는 행위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건전한 소비는 국가 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요즘 지방 경제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특히 지방 골프장 업계는 고사 상태다. 호화 업종으로 분류돼 각종 중과세 적용을 받으면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에서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제일 먼저 사치성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직간접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소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국외로 나갈 빌미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과연 골프장이 부자들만의 위락장인가. 골프는 올림픽 종목에도 채택된 국민 스포츠다. 골프장에서 소비하는 각종 소비재는 대기업 제품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농민들이 추위에 떨면서 만든 식품까지 아우른다. 다목적 소비처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 소득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정당한 세금을 내고 법이 허용하는 어떤 곳에서든 자유롭게 돈을 쓰도록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정책이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하고, 주부들의 장바구니를 풍성하게 만들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함께 살아가는 ‘100% 행복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권영호 < 인터불고그룹 회장 yhkwon@inter-burg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