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3일 오후 1시25분

두산그룹이 3000억원 이상의 두산건설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신주를 액면가인 5000원에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려놓았다. 두산건설의 현 주가가 2980원인 점을 감안하면 두산그룹이 자회사 정상화를 위한 ‘강수’까지 구상하는 셈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두산그룹에 액면가 유상증자 방식을 제안해 그룹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액면가로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두산건설에는 호재지만 지분 72.7%를 가진 두산중공업 등 대주주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두산건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이 신주를 액면가로 사들인다면 차액만큼을 평가손실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이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불확실하지만, 보유 지분이 높은 자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효과적인 결정으로 판단한다면 배임으로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여러 가지 증자 방식 중에 시가 대비 할인 발행과 액면가 발행을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신주는 액면가 이상으로 발행돼야 하지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더 낮게 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기존 주주 보유 주식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

신주 액면가 발행은 지난해 8월30일 액면가를 밑돌던 동부건설이 540억원을 조달할 때도 썼던 방법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우리사주조합 등이 참여했으며 실권주는 미발행 처리했다.

이 밖에 지난해 12월 대한전선처럼 감자를 실시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높인 뒤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부실기업이 자본잠식 등을 해소하기 위해 쓰는 방식으로, 두산그룹이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이태호/안재광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