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조모씨(45)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와 면담까지 했지만 그 나이에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교사의 말에 동감하고 그게 염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잉행동과 충동적인 양상까지 보여 심각성을 인식하고 결국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게 됐다.

조씨의 아들은 검사결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진단을 받았다. 뒤늦게나마 조씨도 질환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인 ADHD는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흔히 주의가 산만하고 어느 한 곳에서 집중을 못하면서 싫증을 내고 과다행동과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ADHD는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신경화학적, 신경해부학적, 유전적인 원인으로 인해 설명을 하고 있다. 한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하고 있는데, ADHD를 조동, 건망 등의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한다. 예컨대 심장, 간장, 비장, 신장 등 네 가지 장기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건강보험심가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ADHD는 지난 5년간 연평균 4.4%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행동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ADHD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초기에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할 수 있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ADHD증상을 치료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청소년기와 성인이 되어서도 ADHD증상이 치유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승협 아이두한의원 원장은 “최근 들어 ADHD증상은 한방에서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방에서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잣대로 음양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한방치료의 목표임을 인식, ADHD도 균형과 밸런스가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ADHD증상은 한의학적으로 아동다동증(兒童多動症)이라고 하는데, 장부기능은 현대의학에서 뇌의 기능과 연관돼 있고, 따라서 오장을 다스리면서 뇌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방에서는 ADHD증상의 한의학적 원인을 간기울체(肝氣鬱滯), 심신불교(心腎不交), 비기부족(脾氣不足) 등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오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이 원장은 “뇌의 기능적 밸런스를 동시에 회복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ADHD치료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의학의 경우 뇌의 전반적인 불균형을 파악, 적절한 자극이 주어질 수 있도록 치료한다. 특히 ADHD의 근본적인 원인인 전두엽의 기능 회복에 치료의 중점을 두고 있다. 단순한 약물치료가 아닌 밸런스에 맞는 운동치료와 함께 한약처방, 수기치료, 침구치료 등을 병행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ADHD는 치료해야 한다는 인지를 하지 못하고 방치하기 쉬운 질환이다. 하지만 ADHD는 자연적인 치유법을 통해 치료되기보다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가벼운 증상도 간과하지 말고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