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하는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개편안이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동아제약은 오는 3월부터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와 전문의약품회사인 동아ST, 박카스사업 부문이 포함된 동아제약 등 3각 편대체제를 갖추게 됐다. 다만 신주발행물량 제한을 푸는 정관은 부결돼 온전한 지주사 체제를 갖추는 데는 시일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28일 서울 용신동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참석 주주 1035만표 가운데 759만표의 찬성으로 지주사 전환안건을 통과시켰다. 참석 주주(식)의 73%가 개편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77만주, 기권은 97만주를 기록했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9.4%)과 소액주주 모임은 반대표를, 4대 주주 한미약품(8.7%)은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증시의 ‘큰손’격인 국민연금은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까지 열어 “회사분할안이 장기 주주가치에 기여할지 불분명하고, 핵심사업의 비상장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체면을 구겼다. 국민연금이 시중의 비판여론을 지나치게 의식, 시장과 동떨어진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주총 결과에 따라 현 동아제약 주주들은 보유주식 1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0.37주와 동아에스티 0.63주를 배정받는다. 2월27일부터 4월11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4월12일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로 변경상장 및 재상장된다.

지주사 전환 안건이 압도적 표차로 최종 관문을 통과함에 따라 동아제약은 제약 자회사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은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출범으로 사업부문을 전문화하고, 핵심 사업에 집중 투자하기가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20%로 제한돼 있는 유상증자 한도를 푸는 정관변경안건이 부결된 것은 동아제약 경영진엔 부담이다. 지주사 전환 후 대규모 신주발행을 통해 단기간에 지주사 체제를 갖추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전문의약품 자회사인 동아ST에 대한 법적 지배력을 갖추려면 공정거래법 상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는 자사주 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물출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필요했으나 ‘특정인에게 신주를 대량 발행할 수 있게 해 편법 승계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주주들에게 먹혀 부결됐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기관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까지는 동의하지만 신주를 대량 발행해 한꺼번에 회사를 장악하는 것에는 반대한 기관투자가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증자 물량 제한으로 전체 주주 대상 증자가 불가능해져 지배구조를 갖추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한미약품 등 경영권에 관심있는 대주주가 유상증자 과정에서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