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매각’, ‘신차 개발 중단’.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를 두고 나돈 소문이다. 신차 출시가 끊기면서 판매량이 급감했고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어지자 자동차업계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 제2공장 예정 부지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급기야 르노삼성은 1995년 회사의 전신인 삼성자동차 출범 후 줄곧 자리를 지켜오던 서울 남대문을 18년 만에 떠나 이달 중순 가산디지털단지 신사옥으로 옮겼다.

서울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르노삼성이 25일 ‘구로 르네상스’를 외치며 회사의 미래 전략을 발표했다. 작년 말 희망퇴직 등으로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고 ‘제2의 전성기’를 열려는 의지라는 관측이 나왔다.

질 노만 르노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회장은 이날 서울 금천구 가산동 르노삼성타워에 열린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르노삼성의 경쟁력을 3년 안에 최상으로 끌어올려 르노그룹의 아시아 시장 확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매각설과 신차 개발 중단설을 부인하며 신차 개발 계획도 내놓았다. 올해 하반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쳐’를 출시한다. SM5와 QM5 후속 모델 개발에 착수하고 소형차, 경차 등 차종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속적인 신차 개발과 출시로 지난해의 판매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전년 대비 10만대 이상 줄어든 14만3967대를 팔았다. 앞으로 소형차, 경차 등 다른 차종을 르노 또는 닛산에서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사진)은 “내수 점유율 10% 회복을 위해선 차종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5만9960대를 판매해 점유율 4.7%를 기록했다. 올해는 6만5000대를 팔아 5%를 넘긴다는 목표를 세웠다.

르노삼성의 주력 수출 모델인 QM5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노만 부회장은 “중국에서 생산한 차는 중국 내에서만 판매할 것”이라며 “르노삼성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수출물량 감소분은 내년부터 생산할 닛산의 중형 SUV 모델 ‘로그’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로그는 전량 미국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향후 3년 안에 생산량을 역대 최대치인 2010년의 27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 시장을 성장시켜 아태지역 매출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노만 부회장은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태지역 매출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국내 완성차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 대해 프로보 사장은 “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70%에서 연말까지 80%로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품질 강화를 위해 올해 전국에 서비스센터를 14개 확충, 총 5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