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삶을 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자동차용품 전문기업인 불스원 영업팀에서 일하는 김형우 대리(32·사진)는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다. 하나는 회사원, 다른 하나는 카레이서다. 평일엔 대형마트 바이어들에게 200여가지 자동차용품을 소개하고 제품을 공급한다. 주말이면 넥타이와 양복 대신 헬멧을 쓰고 서킷을 찾는다. 2008년부터 6년째다.

◆“못할 건 없다”

이달 초 한강둔치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의 옆에는 최고출력 320마력짜리 제네시스 쿠페가 현란한 자태로 서 있었다. 실내에는 시트와 내장을 걷어낸 대신 차량 전복 때 레이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할 롤케이지가 장착돼 있었다. 레이서의 몸을 고정시켜주는 버킷시트 외에는 모두 없앴다. 이 덕분에 차체 무게가 1450㎏으로 100㎏ 이상 줄었다. 김씨는 이 차와 함께 한국타이어 DDGT, CJ슈퍼레이스, 현대자동차 KSF 등 국내 유수의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3월부터 시즌 종료 때까지 월 2회 출전한다”며 “지금까지 경기에 참가한 횟수만 70회가 넘는다”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 자동차 경주와 인연을 맺은 때는 2007년. 자동차 마니아 친구 때문이다. 차량의 외관이나 성능을 개조하는 튜닝을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튜닝숍에 놀러다니다 김씨도 마니아가 돼버렸다. 이듬해 그는 현대차 싼타페로 KDRC 드레그 레이스대회에 처음 출전했고 지금까지 아마추어 레이서로 활동하고 있다.

흔히 자동차 레이싱은 귀족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로 0.1초의 승부를 겨루는 만큼 차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김씨는 이를 ‘오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국내에는 현대차 아반떼는 물론 클릭까지 큰 부담없이 차량을 구매해 참가할 수 있는 경기가 많이 있다”며 “레이싱과 자동차를 사랑하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경기장을 찾을 수 있고 레이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도 후원…“이젠 포디엄이 목표”

김씨가 자동차 용품 회사 직원인 것은 행운이다. 회사는 2008년 불스원에 입사한 김씨가 레이서라는 사실을 2010년에 알게 됐다. 이후 회사가 본격적으로 후원에 나서면서 김씨가 속한 하나모터스 불스원 레이싱팀은 경주 참가에 탄력을 받았다. 김씨는 “튜닝된 고성능 차량은 한 경기에 차량 한 대당 8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회사에서 경기마다 500만원씩 지원해줘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선 하나모터스 소속 차량이 불스원 로고를 붙이고 서킷을 내달리면서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김씨는 “회사에서 차량용품도 적극 지원해주고 있어 팀을 운영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불스원과 함께 드라이빙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취미로 레이싱을 즐기는 마니아들에겐 귀한 기회다. 김씨는 “드라이빙 스쿨을 비롯해 자동차 관리법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저변이 조금이라도 넓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6년차 레이서인 김씨는 아직까지 포디엄에 올라서본 적이 없다. 포디엄은 자동차 경주에서 1,2,3등을 기록한 선수들이 올라서는 시상대를 말한다. 김씨의 가장 좋은 기록은 4등이었다. 때문에 김씨는 올해 한 경기라도 포디엄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그는 자동차 경주가 위험하다는 인식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규칙이 있고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안전하는 것이다. 김씨는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레이서가 될 수 있다”며 “자동차 경주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올바른 운전습관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