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여·32)는 키가 168㎝에 달하지만 몸무게는 43㎏에 불과하다. 김씨는 가슴이 절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래로 길게 처진 게 볼륨감이 없어 보여 늘 불만이다. 고심 끝에 요즘 유행이라는 자가지방 가슴성형을 해볼까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자가지방이식 가슴성형은 복부와 허벅지 등에서 지방을 채취·정제해 가슴에 넣는 일종의 유방확대술이다. 하지만 수술에 제약이 있다. 워낙 깡마른 체격이다 보니 복부나 허벅지에서 떼어올 지방의 양이 크게 부족한 것. 여러 성형외과에 전화로 문의하고 두세군데 전문의 상담도 받았지만 너무 마른 체격에는 어쩔 수 없이 코헤시브겔을 이용, 유방 볼륨을 키울 수 밖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김씨는 내 살 같은 자가지방이식을 가슴에 넣고 싶어 한 성형외과를 찾았더니 너무 말랐으니 우선 코헤시브겔 보형물을 넣고 그 위에 자가지방을 넣어보자는 절충안을 듣게 됐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김씨는 한달전 이런 방식으로 수술을 받았다. 원하는 만큼 가슴 볼륨도 커졌고, 코헤시브겔백이 직접 가슴조직에 와닿는 마찰감이 예상했던 것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볼륨과 촉감은 최대로, 부작용과 이물감은 최소로 됐다고 판단해서 그런지 만족도가 높다.

자가지방이식 가슴성형 전문 유진성형외과의 강태조 원장은 “코헤시브겔백은 인공물로 만든 것이긴 하지만 그 위험성을 과도하게 인식할 필요는 없다”며 “깡말라서 복부와 허벅지에서 떼어낼 지방이 부족하거나, 본래 자기 유방이 A컵이나 B컵으로 너무 작은 여성이 C컵이나 D컵 정도 크기의 유방을 선호한다면 부득히 실리콘백을 이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키 160㎝, 체중 65㎏으로 땅딸한 편에 속하던 가정주부 이모씨(48)는 5년전 가슴에 넣었던 코헤시브겔백에 문제가 생겼다. 백 주위에 염증조직이 몰리고 단단해지는 ‘구형구축’이 생긴 것이다. 인체는 이물질이 들어오면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에 나서는데 이런 면역반응이 지나치면 구형구축이 나타나게 된다.

최근 10년 이내에 나온 연구결과들은 구형구축의 발생률이 4.3~14.6%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이 문제로 가슴확대 재수술을 받으려 오는 환자의 60%가 구형구축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울러 한번 구형구축이 발생한 가슴에 다시 실리콘겔이 든 보형물을 이식하면 또 다시 구형구축이 발생할 확률이 배가 되므로 위험하다. 이씨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상담결과에 따라 가슴에 넣은 실리콘 보형물을 제거하고 자가지방을 이식했다. 혹시 재발할지 모를 구형구축의 위험성을 제거하고, 복부와 허벅지에 끼인 지방을 이 참에 제거하기 싶었기 때문이다. 수술 후 그는 달라진 유방의 크기와 모양, 촉감에 만족하면서 남편과의 부부관계에서도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

강 원장은 “실리콘겔 보형물로 유방확대수술을 받은지 오래되면 구형구축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고 이물감 없는 자연스런 촉감을 추구하기 위해 보형물 대신 자가지방이식을 권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