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주의' 잇단 포기
구제금융 시급한 키프로스, 유럽에 "돈세탁 방지" 강조
○헤지펀드들,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영국령인 케이맨제도 통화청(CIMA)은 최근 각국 헤지펀드들에 제안서를 보내면서 이곳에 본부를 둔 수천개의 헤지펀드와 운용 책임자들의 이름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CIMA는 운용 책임자들에게는 투자자들의 돈을 맡을 자격이 되는지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신뢰도 점검 조사를 실시해 CIMA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CIMA는 “금융위기 이후 2년 동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금융서비스위원회, 아일랜드 중앙은행, 바하마금융청 등 다른 조세피난처 규제당국들도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안을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맨제도는 그동안 헤지펀드들의 비밀을 유지해 줌으로써 세계 6대 금융 중심지의 지위를 누려왔다. 이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헤지펀드는 9438개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해외 정치인이나 투자자들이 이들 펀드의 내역을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이곳 펀드들을 상대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터의 로이 진 대표는 “현재까지는 세계 어느 곳에 있어도 아무 규제를 받지 않고 케이맨제도 헤지펀드의 운용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며 “이번 조치가 얼마나 큰 변화인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맨제도의 이번 조치에는 연기금 등 헤지펀드 투자자들의 불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대형 연기금의 헤지펀드 투자를 중개하는 헤르메스BPK의 빈센트 반덴브루케는 “헤지펀드들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케이맨제도 규제당국에) 계속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자금세탁 온상 이미지 억울”
그리스 인근의 또 다른 조세피난처인 키프로스는 러시아 검은돈의 자금세탁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주 유럽 각국의 대사들을 재무부로 불러들여 정부의 자금세탁 방지 대책을 자세히 설명한 것.
러시아 부호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는 키프로스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0억~1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독일 정치인들이 “독일 납세자의 돈으로 러시아 검은돈의 자금세탁을 도와줄 수 없다”며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