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지난해 인수한 롯데하이마트 지분 일부를 교환사채(EB) 방식으로 유동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 부담을 덜면서도 롯데하이마트 주가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는 평가다.

17일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3212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싱가포르 등 해외 금융시장에서 발행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교환가액은 9만780원이며, 사채 만기일은 5년 후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7월 유진기업으로부터 하이마트 지분 65.25%를 2480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EB 발행으로 인수 자금이 3200억원 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EB 투자자들은 3년 후부터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단기 매물부담 이슈에서 자유로워졌다.

다만 이날 오전 11시 27분 현재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외국계 증권사 매물에 5.34% 급락하고 있다. 매도상위 창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는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UBS로 이번 EB 발행에 참여한 주관사(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HSBC, 노무라, UBS)와 상당 부분 겹친다.

김경기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하이마트 투자 비중을 EB로 채워놓은 증권사들은 한 종목 비중을 계속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번 롯데쇼핑의 EB 발행으로 롯데하이마트 주가의 장기적인 성장성이 오히려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EB 발행금리가 0%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채권을 만기까지 갖고 있어도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롯데하이마트 주가의 장기적인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에게는 오직 하이마트 주가가 만기까지 교환가격과 그동안의 기간비용을 감안, 9만원대 후반 수준까지 상승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어려운 투자상품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하이마트의 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애널리스트도 "롯데쇼핑은 여전히 하이마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고, 향후 주가가 오른다는 전제가 이 상품에 깔려있다"며 "이날 외국계 증권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틈을 매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