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나침반' 백금값 급등
백금값이 15일(현지시간) 3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백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1.70달러(1.9%) 상승한 1689.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보다 6달러 더 높은 가격으로, 백금값이 금값을 누른 건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백금 광산 폐쇄로 공급 차질을 우려한 백금펀드들이 6일 연속 백금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백금 거래량은 250일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백금값은 장중 한때 1706.8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오후 1시15분을 기점으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백금 가격은 올 들어 9.6%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인 9.8%와 맞먹는 수치다.

백금은 연간 생산량 중 60%가 산업용으로 쓰여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라고 불린다. 백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자동차 회사로,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제로 활용한다. 백금은 통상 금보다 비쌌으나 지난해 경기침체로 인해 낮은 가격에 거래돼왔다. 세계 최대 백금 생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은 이날 “남아공 광산 두 곳을 폐쇄해 1만4000명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백금 광산이 폐쇄되면 연간 공급량의 1%인 40만온스의 생산이 줄어든다.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자 수요가 급등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애덤 클로펜스타인 아처파이낸셜서비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광산 폐쇄 소식이 전해진 뒤 투자자들이 백금을 사기 위해 러시를 이뤘다”며 “백금값이 오르면서 주요 금속 상품도 동반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 발언도 백금 등 금속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은 이날 0.7% 상승한 온스당 1678.60달러에 거래됐다. 금 4월 인도분은 온스당 14.50달러 오른 1683.90달러에 거래됐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