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이르면 오는 4월 말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한다. 매일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이 금지된다. 정부는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다음주 중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 공포할 예정이며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3개월 후 시행된다. 박영삼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장은 “법 시행 후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영업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4월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영업규제를 받지 않는 일본계 유통업체와 편의점, 헬스·뷰티전문점 등은 매장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 위치한 ‘트라박스’(3호점). 지난 주말 매장에 들어서니 식료품에서부터 의류, 공산품 등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매장 입구에는 ‘2만원 이상 사면 배달해드립니다’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이곳 계산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다른 곳보다 물건이 5% 이상 싼데다 다양한 물품을 파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본계 유통 대기업이 영업규제를 받지 않은 채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아닌 데다 매장면적이 3000㎡를 밑돌아 대형마트 규제에서도 벗어난 것이다.

트라박스는 일본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연매출 3조원 규모의 트라이얼컴퍼니가 2004년 한국법인 트라이얼코리아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대형 슈퍼마켓이다. 경남 함안에 ‘트라이얼 마트’로 1호점을 낸 것을 포함해 지금은 경남·경북·전남 등에서 ‘트라이얼 마트’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선 2011년 3월 해운대구 좌동에 트라박스 1호점을 낸 데 이어 지난해 2월 좌동에 2호점, 재송동에 3, 4호점을 개점했다. 올해도 트라박스 2개점을 더 낼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박스 매장 규모는 300㎡ 미만이며, 트라이얼 마트는 3000㎡ 이하다. 트라이얼코리아의 2011년 매출은 전년보다 27.3% 늘어난 509억원이었다.

또 다른 일본계 유통업체인 바로마트도 들어왔다. 일본 기후에 본사를 둔 바로의 바로마트는 2009년 부산 전포동에 본사를 설립하고 부산과 김해 등 두 곳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트라이얼코리아는 골목상권을 파고들어 24시간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리다매’ 영업방식으로 주변 상권보다 5~10% 싸게 팔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중소상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재송동 트라박스 3호점 맞은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그린할인마트 김영철 씨(59)는 “코카콜라의 경우 트라박스가 더 싸게 팔아 코카콜라 매입을 중단했다”며 “단골손님 위주로 겨우 수지를 맞추고 있지만 해마다 매출이 20% 정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