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의 파워 블로거 ‘솜블리’를 만났다.

연예인 메이크업 따라잡기의 원조 격이다. 매번 시즌성이 가미된 아이템과 기발한 기획력으로 뷰티 블로거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솜블리가 블로거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다.

솜블리라는 블로그 네임이 친숙한 사람들에게 이다솜이라는 본명은 낯설다. 다만 솜블리를 이야기할 때 뷰티 브랜드 메리케이의 세일즈 디렉터 이다솜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현실의 이다솜과 가상공간의 솜블리는 완벽하게 결합되어 서로를 지탱한다.

과거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정식으로 메이크업을 배운 사람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메이크업이 좋아서, 뷰티 제품을 사는 것이 좋았다는 사실이 지금의 뷰티 파워 블로거가 된 이유다.

“고3때 부모님께 피아노가 하기 싫다고 말했어요. 더 이상 피아노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진짜 좋아하는 쪽은 화장품이었어요. 좋아하는 쪽을 선택해서 밀어붙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네요”

좋아하는 일, 해야 될 일에는 열성적인 것이 그의 특징이다.

기획력 있는 콘텐츠 “재미, 재미 또 재미”

블로그의 상업화 측면이 공공연하게 자리 잡은 요즘이다. 덕분에 상업성 짙은 포스팅이나 광고와 다를 바 없는 콘텐츠에 반감이 심하다.

이다솜은 누구보다 확실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블로그를 운영한다. 분명 뷰티 제품 리뷰 혹은 메이크업 방법 소개 등에서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다.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고 소개글에 드러낼 정도로 본인이 뷰티 브랜드의 세일즈 디렉터임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반감은 없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블로그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무렴 어때”라는 반응이다. 이유는 메리케이에 모든 초점을 맞추기 않았기 때문. 꼭 메리케이 제품이 아니더라고 모든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했다.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그는 콘텐츠 생산에 있어 재미를 강조했다. 자신이 재밌지 않은 글이 남들에게 재밌을 이유가 없다는 것. 솜블리 블로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완벽한 민낯 공개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가 기획한 모든 콘텐츠는 민낯에서 시작한다. 메이크업의 모든 순서는 디테일하게 기록되고, 마지막은 놀랍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는 블로그 시작 때부터 그가 가진 생각이다.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가리고 장점을 드러내는 모습을 통해 가장 드라마틱한 결말을 만든다. 타고난 만담꾼, 재주꾼의 재능과 닮았다.

“이 언니 재밌네” 프로토콜

그는 사람을 끌어 모으는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내뿜는 활기나 에너지가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이해하고 또 배려하려는 자세가 배어 있어 싫어할 만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이다솜이 블로그를 통해 뷰티 브랜드의 세일즈 디렉터로 성장한 직접적인 이유다. 그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메리케이 이다솜’이 새겨진 판촉물 티슈를 제작해 홍대에서 배포한 경험이 있다.

개수만 해도 몇 천 개에 달했던 티슈 배포는 블로그 마케팅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 효과를 봤다. 그가 만든 콘텐츠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늘어가고, 솜블리를 검색해 블로그에 방문한다.

처음 블로그에 방문한 사람들은 “이 언니 재밌네”로 시작해서 “이 제품 괜찮은데”로 연결된다. 마지막은 “재밌는 언니니까 이 언니한테 사야겠다”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생긴다. 결국 믿을만하고 친근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본인과 본인이 판매하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솜블리=핑크 그랜저

이다솜이 다니는 브랜드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자동차가 있다. 바로 핑크 그랜저. 흔히 말하는 ‘판매왕’에게 지급한다. 즉, 핑크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대외적으로 실적이 좋거나, 전문적인 사람, 일 잘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얻는 효과가 있다.

대부분 핑크 그랜저를 받곤 하지만 그는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겐 블로거 ‘솜블리’가 핑크 그랜저를 대신하기 때문. 이미 블로그에는 차곡차곡 쌓인 포스팅이 금자탑을 이뤘다.

일에 대한 전문성은 블로그 콘텐츠의 질로 판단할 수 있다. 그가 기획한 연예인 따라잡기 기획물은 평균 2~3일의 시간이 걸린다. 대부분 이미지 편집을 위해 소비되는 기간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이는 이미지에 민감해서다. 기획에 관한 아이디어는 평상시에 항상 메모해 둔다고 한다. TV나 잡지, 옆 사람의 얼굴에서 그의 다양한 기획물이 탄생했다.

현재 이다솜은 솜블리 대신 세일즈 디렉터라는 직책에 더 충실하다. 판매보다는 팀관리와 강의쪽에 무게가 실린 만큼 더 이상 블로그가 가지는 상징성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밝힌 블로그 운영의 노하우는 결국 그가 가진 삶의 방식과 닮았다. “단순한 이슈하나가 아닌 ‘솜블리’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블로그 솜블리의 노하우이자 세일즈 디렉터 이다솜의 모습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