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에 담긴 경영 키워드] 선도의 LG…"1등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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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올해 경영 화두는 ‘시장 선도’다.
그는 지난 2일 그룹 주요 경영진과 가진 새해인사모임에서 “더욱 예측하기 힘든 앞으로의 경영환경에서 이제 1등 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결국 시장 선도 상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탓에 침체됐던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재도약을 이뤄야 한다는 게 신년사의 요지다. LG는 구 회장이 내건 ‘시장 선도 경영’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사상 최대인 20조원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시장을 선도할 제품을 만들어라”
구 회장이 신년사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는 ‘1등’이었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사를 압도하고, 1등이 될 수 있는 제품을 반드시 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가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려 세계 시장 점유율 5위에 머물러 있는 현실, 디스플레이·화학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세계 1등 제품’ 출시로 타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한발 앞선 기술로 감탄을 자아내는 상품을 선보일 것’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창의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 등 구체적인 과제도 제시했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주문도 내놨다. 구 회장은 “한번 결정된 것은 모두 힘을 모아 철저히 실행해 반드시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리더들이 솔선수범하고, 고객가치와 무관한 업무는 철저히 없애라”고 강조했다.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그는 “국적이나 학력, 성별에 관계없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 대한 보상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20조원 투자
LG그룹 각 계열사는 연초부터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경영 지침을 실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전자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지난 1일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에어컨 신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통상 2월 중순에 신제품을 내놨던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겼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빨리 제품을 선보여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어컨 신제품 발표 다음날인 2일에는 ‘꿈의 TV’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OLED TV는 LED(발광다이오드) TV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 TV 기술 개발은 경쟁 상대인 삼성전자에 뒤졌지만, 제품 출시는 우리가 더 빨랐다”며 “올해 본격적으로 열리는 OLED TV 시장을 선점,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선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LG그룹은 계열사들에 ‘실탄’도 넉넉히 지원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인 20조원을 설비투자와 R&D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6조8000억원보다 3조2000억원(19.1%) 늘어난 규모다. LG는 고용 인원도 작년과 같은 1만5000명 이상을 채용, 우수 인재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휴대폰 경쟁력 강화
LG가 올해 집중 투자하는 곳은 그룹의 주력 사업인 전자 부문이다. LG는 여기에 1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주요 투자 계획을 보면 LG디스플레이는 다음달 중 경기도 파주 OLED 생산라인 ‘M2’를 증설하는 계획을 확정짓는다. 또 연내에 경북 구미에 있는 고해상도 모바일용 LCD패널(LTPS) 라인도 늘린다. 차세대 패널도 개발한다. 내년 하반기에 플라스틱 OLED를 선보일 계획이다. 차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6년까지 차세대 60인치 투명 OLED패널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LG전자는 ‘옵티머스 G폰’ 후속 모델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5인치 스마트폰 ‘뷰(Vu:) 시리즈’, 3세대(G) 스마트폰 ‘L시리즈’, 보급형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 ‘FX 시리즈’ 등도 새롭게 선보인다. LG전자는 또 수(水)처리, 태양광, LED(발광다이오드)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전담할 산업단지를 경기도 평택에 조성하기로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