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방향성을 잃고 지지부진한 가운데 '뱅가드 리스크'가 증시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수급 부담이 존재한다고 보면서도 부정적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오전 11시3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2포인트(0.03%) 오른 1997.29로 보합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완만하지만 꾸준한 우하향세를 보여왔다.
특히 수급적인 측면에서 지난해 연말 지수를 끌어올렸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기관마저 프로그램을 앞세워 '팔자'에 나서는 형편이어서 시장 분위기는 연초부터 싸늘하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의 이머징마켓(EM) ETF 벤치마크 변경 이벤트까지 겹쳐 더욱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뱅가드는 지난 10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부터 MSCI EM ETF의 벤치마크를 FTSE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MSCI EM 지수에서는 한국이 포함되어있지만, FTSE EM 지수에는 한국이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한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뱅가드 EM ETF의 한국 비중은 15% 가량이지만, 변경될 지수인 FTSE EM 지수는 한국 비중이 0%다.

이에 FTSE는 지난 10일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동을 위한 과도지수인 FTSE EM 과도(transition) 지수를 발표했다. 과도지수 발표는 MSCI EM 지수를 벤치마크로 사용해온 뱅가드 MSCI 신흥국 인덱스 펀드가 벤치마크를 FTSE EM 지수로 바꾸는 과정을 도와줄 임시적인 지수다.

FTSE 과도지수는 오는 16일부터 한국에 대한 비중을 매주 4%씩 단계적으로 줄일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뱅가드 EM ETF 설정액은 약 60조원 가량이며 한국비중은 15%"라며 "4% 비중축소가 이루어진다면 대략 매주 3600억원 정도의 매도가 발생한다"고 풀이했다.

특히 이 자금은 인덱스 펀드 자금의 속성상 분할매도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매주 3600억원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급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다만 이로 인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뱅가드 펀드 자금 유출을 상쇄시킬 만한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흥국(GEM)펀드로 자금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의 펀더멘털 및 통화강세를 감안할 때 이런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펀드조사기관 EPFR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한국관련펀드로 주간평균 35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EPFR에서 추종하는 펀드의 규모가 전세계 펀드의 50%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국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금액은 뱅가드 펀드의 유출 예정 금액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MSCI 지수 사용펀드인 iShares 신흥국 인덱스 펀드가 각광받고 있는 점도 시장 부담을 제한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신흥국 투자자들이 한국을 선호하면서 뱅가드 펀드 대신 MSCI를 벤치마크로 고수하고 있는 블랙락 iShares 신흥국 ETF로 자금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풀이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