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 한양대 교수 "갤노트는 세상 바꿀 '드림북'…삼성 있을땐 몰랐죠"
“40년 이상을 돌고 돌아 왔네요. 최종 목적지는 더 가봐야 알겠지만, 오랜 세월 가슴에 품고 있었던 곳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지난 2일부터 서울 관훈동 갤러리나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안승준 한양대 특임교수(58·사진)는 14일 첫 전시회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화가가 꿈이었다. 중·고교 때 미술대회에 나가 상도 많이 받았다. “그림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 때만 해도 화가가 되겠다는 건 ‘가난하게 살겠다’라는 말과 다름 없었죠.”

안 교수는 화가의 꿈을 접고 한국외대 행정학과에 들어갔다.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 30년 넘게 인사 업무를 맡아 전무 자리까지 올랐다. “그림에 대한 그리움은 해외 출장 때 짬짬이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달랬죠. 모두 53개국을 다녀왔는데 미술관, 박물관은 꼭 들렀어요.”

재작년 삼성전자를 떠나 차병원그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몸에 이상신호가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찾은 병원에서 ‘암인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마음이 다급해졌어요.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떠오른 것이 바로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그림이었습니다. 손에 들려있는 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였고요.”

처음에는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어 그 위에 안경을 그리고 수염도 그렸다. 하나하나 완성된 그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니 주변 반응이 감지됐다. “깜짝 놀랐어요.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그리긴 했지만, 내 감정 상태가 그대로 읽힌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아날로그적인 경험과 생각을 디지털로 옮기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 디지털 그림이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한다는 것이 더 신기했죠. 완전 ‘드림북’이죠. 삼성에 근무할 땐 이정도로 대단한 물건인지 몰랐어요. 하하.”

얼마 후 의사로부터 ‘다행히 암은 아니고 추적검사를 하면 되겠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림 인생’에 탄력이 붙었다고 안 교수는 말했다. 보통 하루 5~6시간, 밤을 새운 것도 여러 날이다. ‘이 그림 그려달라, 저 그림 고쳐달라’며 지인들로부터 ‘주문’도 들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차 안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사건’을 만들었다.

노을에 물든 하늘은 예쁘게 잘 나왔는데 도로 위의 자동차는 온통 시커멓게 나온 사진이었다. 안 교수는 전자펜을 빼 들었다. 자동차에 윤곽선을 그리고, 도로 위 전기줄은 오선지와 음표로 표현했다. 이 그림을 본 사진작가 이순심 씨(갤러리나우 관장)가 안 교수에게 개인전을 제안했고, 지난 9개월간 그린 200여개의 작품이 갤러리나우에 걸렸다. 이 작가와 안 교수는 2011년 ‘CEO 사진교육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다.

“인생 2막을 활짝 열었다”며 미소짓는 안 교수에게 계획을 물었다. “디지털 펀아트연합회를 만들겁니다. 전시회도 물론 계속될 것이고요. 전 세계 사람들이 쓰고 있는 최고의 디지털기기 갤럭시노트에 문화를 입히는 것이죠.”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