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마크'는 사실상 준조세…작년 5조9000억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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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이런'가시' 뽑아주세요" (3) 신제품 인증 부담
인증 종류만 185개…각종 비용, 연평균 20% 상승
검사항목도 중복…KS마크 따는데만 8개월
인증 종류만 185개…각종 비용, 연평균 20% 상승
검사항목도 중복…KS마크 따는데만 8개월
경기도에 있는 블랙박스 제조업체 C사의 D사장은 올해 개발한 신제품 2종에 대한 국내 인증인 KC를 거래하는 유통업체에게 맡겼다. 또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KS인증도 받지 않기로 했다. D사장은 “컨설팅업체에 인증 절차를 맡기려 했지만 제품당 1500만원까지 달라고 요구해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경상북도에서 수도관을 제조하는 S사는 지난해 10개 제품에 대한 KS인증을 딸 당시 신청비와 공장심사비, 출장비 등 각종 인증 심사비용으로 총 2500만원가량을 썼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포장용기를 제조하는 A업체도 제품당 200만원이 넘는 유지 심사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유지를 포기했다. A업체 대표는 “그 돈을 제품 개발이나 사원복지에 쓰는 게 생산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증사업이 비대해지면서 중소기업에 ‘가시’가 되고 있다. 인증은 시장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품질과 안전성 등을 제3자가 보증해주는 절차다. 하지만 강제인증인 KC는 물론이고 조달청 입찰 등 공공조달이나 대기업 납품 경쟁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KS나 다른 인증까지 따야 해 사실상 준조세나 다름없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은 2007년 3조7000억원이던 인증비용이 지난해 5조9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2007년 158개였던 인증 종류가 작년 185개로 27개(17%)나 늘어났고, 각종 비용도 연평균 20%씩 뛴 결과다. 옴부즈만실 조사 결과 중소기업 중 매출의 3% 이상을 검사 및 인증 비용으로 지출하는 기업이 전체의 8.6%, 1~3%를 쓰는 기업도 4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인증 검사항목 중복으로 인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램프를 제조하는 K사 관계자는 “KS인증을 따는 데 신청 전 사전심사에 95일, 공장심사에 2개월 등 총 8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푸념이 계속되자 지난해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1962년 도입된 KS인증제도를 50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기표원은 현재 진행 중인 KC와 KS인증 간 중복을 없애, 두 인증 시험항목이 정확히 일치하는 84개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는 KC인증만 따면 KS인증까지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KS인증을 받을 때 품목당 이틀씩 걸리던 공장심사 기간도 하루로 줄였다.
이 같은 조치에도 인증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200개 가까이 되는 각종 인증의 난립과 정부 부처 간 인증 통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이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적체 해소용으로 활용되는 등 인증제도에 대한 각 부처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큰 틀에서의 통폐합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