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사진)이 회사 분할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직접 나선다. 주주 간 협약을 체결해 주요 사업 매각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주주인 강 회장 일가가 박카스 등 알짜 사업을 ‘헐값’에 가져갈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회사 분할 이후 신설되는 동아제약을 매각할 때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협약을 이번 주 주요 주주 가운데 한 곳인 일본 SBI와 맺을 예정이다.

신설 동아제약은 지주사의 100% 자회사여서 매각 시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되지만 주주 승인 과정을 추가로 둔 것이다. 주총 특별결의는 전체 주주의 3분의 2 참석과 참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주주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통과가 어렵다.

강 회장이 주주 간 협약을 체결하면서까지 자회사 매각을 어렵게 한 것은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박카스 등 핵심 사업을 대주주인 강 회장 일가에 싸게 넘기기 위한 포석이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동아제약은 회사 분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두고 그 밑에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동아에스티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을 담당하는 신설 동아제약을 사업회사로 거느리기로 했다.

문제가 된 것은 분할 과정에서 지주사와 사업회사 둘로 나누는 일반적 형태가 아니라 지주사 밑에 100% 자회사로 박카스 사업 등을 하는 신설 동아제약을 따로 뺐다는 점이다. 회사 측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기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지주사가 비용이 많이 드는 신약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동아에스티는 기존 제약영업 및 해외 사업에 집중토록 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박카스 사업을 헐값에 대주주 일가에 넘기려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헐값 매각 가능성 자체를 제거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아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4.55% 상승한 12만6500원에 장을 마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