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그 식당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는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 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그때, 많이 좋아했는데.” 괜한 과거형으로 건네고 싶었던 마음.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웃음만 놓고 뒤돌아섭니다. 한 번 그리워진 건 잡히지 않는 법이라는 듯. 당신과 나의 시차(時差)로만 우리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듯. 닿지 않아 아름다운 것들이 때론 있습니다.

누군가 “시가 뭐냐”고 물었습니다. 어찌 그걸 알겠습니까만, 문득 “그리운 모든 것들이 다 시”라고 말했습니다. 이 시가 생각나서 그랬나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