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심상치 않다. 지표금리로 불리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연 1.91%를 기록했다. 6개월간 맴돌던 박스권(연 1.60~1.80%)을 뚫고 나갈 태세였다.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를 넘긴 데다 고용 등 경제지표 호전,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일 연 1.88%로 마감, 사흘 만에 0.18%포인트 올랐다.

월가 전문가들은 “금리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반전하는 신호”라며 “자산 거품이 곧 터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채시장의 30년 호황이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CNN머니가 연초 투자전략가 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장기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비율이 40%였다. 30%는 2014년에 상승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Fed가 전망한 것보다 이른 것이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달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준금리를 제로(0~0.2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Fed는 2015년까지 실업률이 6.5% 밑으로 내려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1980년 초 연 15%에 육박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성장률 둔화와 함께 30여년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Fed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과 유럽의 재정위기, 중동 정세 불안 등의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국채로 자금이 대거 몰렸다.

펀드자금 분석업체인 EPFR에 따르면 2008년 이후 5년 동안 미국 채권 펀드로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의 돈은 2100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서는 7000억달러의 개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라이언 데트릭 셰프인베스트먼트리서치 선임 분석가는 “채권시장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고객들에게 국채를 사라고 권유했던 브렛 로즈 씨티그룹 채권전략가는 지난 2일 긴급 보고서를 내고 “국채 포지션을 줄여라”고 자신의 투자전략을 수정했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유 채권에서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윌리엄 오도넬 RBS증권 국채담당 수석전략가는 “오는 2~3월 정치권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되면 국채에 몰렸던 자금이 주식이나 정크본드와 같은 리스크 자산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월 이후 금리 상승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