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볼까…조선 양반들의 은밀한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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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15일부터 '옛 사람의 삶과 풍류'展
조선시대 춘화 '운우도첩' '건곤일회첩' 첫 공개
안중식 '평생도'·김준근 풍속화 50점 처음 선봬
조선시대 춘화 '운우도첩' '건곤일회첩' 첫 공개
안중식 '평생도'·김준근 풍속화 50점 처음 선봬
조선시대 풍속화의 거장 혜원 신윤복(1758~?)은 남녀 간 애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춘화(春畵)를 그린 게 들통나 궁중 도화서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혜원은 주로 한량과 기녀의 춘의(春意)를 향토적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했다. 그의 ‘후원탄금도(後苑彈琴圖)’는 기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색정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쭉 뻗은 소나무와 괴석, 파초를 배경으로 남녀의 성정이 생동적인 필력과 조화를 이루며 그림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혜원을 비롯해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긍원 김양기, 혜산 유숙, 소당 이재관, 기산 김준근 등 조선시대 풍속화 대가 10여명의 춘화와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가 새해 첫 기획전으로 마련한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다.
오는 15일부터 내달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는 조선 풍속화 중 엄선한 서화 70여점이 소개된다. 조선 풍속화의 백미로 꼽히는 화첩 ‘운우도첩(雲雨圖帖)’과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도 대거 포함돼 있다. 조선의 진경시대 풍속화부터 성을 ‘유쾌한 놀이’로 표현한 관응적인 성애까지 고유색 짙은 에로티시즘 미학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단원과 혜원의 에로틱한 화풍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운우도첩’과 ‘건곤일회첩’은 조선 후기 춘화 가운데 가장 회화성이 뛰어나고 격조를 갖춘 작품집으로 평가된다. 자리도 깔지 않고 옷을 입은 채 벌이는 성행위, 담홍색 진달래가 흐드러진 곳에서 펼치는 남녀의 은밀한 성희(性戱), 대낮 언덕에서 성애를 즐기는 한량과 기녀, 달밤에 연못가에서 사랑을 펼치는 남녀 등의 모습이 생생하다.
풍속화 역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조선 말기 문인 정안복의 일대기를 10폭 병풍에 그린 심전 안중식의 4m 대작 ‘평생도’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기념이 될 만한 경사스러운 일들을 추려서 그린 그림. 돌잔치, 혼인, 과거시험, 장원급제, 한림원 출사, 관찰사 부임, 혼인 60주년을 기념한 회혼례(回婚禮) 등 출생과 성장 과정을 10개의 화폭에 담아낸 이 작품은 정확한 인물 묘사와 사실적인 풍경으로 주목받는 명작이다.
문인화가 조영석의 ‘이 잡는 노승’도 눈길을 끈다. 눈을 치켜올린 스님의 얼굴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풍속화를 인물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수작이다. 나무 아래서 이를 직접 죽이지 않고 손가락으로 털어내는 스님의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한겨울 골방에 앉아서 골패를 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단원의 아들 김양기의 ‘투전놀이’, 석공이 조수와 함께 돌을 깨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 윤두서의 ‘석공공석도’, 새참을 머리에 이고 가는 할머니와 술병을 들고 뒤따라가는 동자를 그린 김득신의 ‘새참 나르기’,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그리고 화제를 ‘계심어비(溪深魚肥·계곡은 깊고 물고기는 살이 쪘다)’로 붙인 유숙의 ‘천렵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선 말 원산에서 활동한 평민 출신 풍속화가 김준근의 미공개작 50여점도 걸린다. 김준근은 독일 베를린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 조선시대 화가로는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작가다. 뛰어난 기량과 사업적 수완으로 ‘수출 풍속화’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삶과 놀이, 관혼상제, 관리와 형벌, 무속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그림들이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다가온다.
조정열 갤러리 현대 대표는 “이번 전시는 우리 현대미술의 뿌리를 되짚고, 우리 옛 미술을 재평가하는 자리로 기획했다”며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옛 미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오는 23일 오후 2시 유홍준 명지대 교수(전 문화재청장)가 ‘옛사람들의 삶과 풍류’를 주제로, 내달 13일에는 이태호 명지대 교수가 ‘조선 춘화의 에로티시즘’에 대해 전시장에서 강의한다. 관람료 5000원.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혜원을 비롯해 공재 윤두서, 관아재 조영석, 긍재 김득신, 긍원 김양기, 혜산 유숙, 소당 이재관, 기산 김준근 등 조선시대 풍속화 대가 10여명의 춘화와 명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가 새해 첫 기획전으로 마련한 ‘옛 사람의 삶과 풍류-조선시대 풍속화와 춘화’다.
오는 15일부터 내달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는 조선 풍속화 중 엄선한 서화 70여점이 소개된다. 조선 풍속화의 백미로 꼽히는 화첩 ‘운우도첩(雲雨圖帖)’과 ‘건곤일회첩(乾坤一會帖)’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명품도 대거 포함돼 있다. 조선의 진경시대 풍속화부터 성을 ‘유쾌한 놀이’로 표현한 관응적인 성애까지 고유색 짙은 에로티시즘 미학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단원과 혜원의 에로틱한 화풍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운우도첩’과 ‘건곤일회첩’은 조선 후기 춘화 가운데 가장 회화성이 뛰어나고 격조를 갖춘 작품집으로 평가된다. 자리도 깔지 않고 옷을 입은 채 벌이는 성행위, 담홍색 진달래가 흐드러진 곳에서 펼치는 남녀의 은밀한 성희(性戱), 대낮 언덕에서 성애를 즐기는 한량과 기녀, 달밤에 연못가에서 사랑을 펼치는 남녀 등의 모습이 생생하다.
풍속화 역시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조선 말기 문인 정안복의 일대기를 10폭 병풍에 그린 심전 안중식의 4m 대작 ‘평생도’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기념이 될 만한 경사스러운 일들을 추려서 그린 그림. 돌잔치, 혼인, 과거시험, 장원급제, 한림원 출사, 관찰사 부임, 혼인 60주년을 기념한 회혼례(回婚禮) 등 출생과 성장 과정을 10개의 화폭에 담아낸 이 작품은 정확한 인물 묘사와 사실적인 풍경으로 주목받는 명작이다.
문인화가 조영석의 ‘이 잡는 노승’도 눈길을 끈다. 눈을 치켜올린 스님의 얼굴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풍속화를 인물화의 경지로 끌어올린 수작이다. 나무 아래서 이를 직접 죽이지 않고 손가락으로 털어내는 스님의 모습에서 웃음이 절로 난다.
한겨울 골방에 앉아서 골패를 치고 있는 모습을 포착한 단원의 아들 김양기의 ‘투전놀이’, 석공이 조수와 함께 돌을 깨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 윤두서의 ‘석공공석도’, 새참을 머리에 이고 가는 할머니와 술병을 들고 뒤따라가는 동자를 그린 김득신의 ‘새참 나르기’,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그리고 화제를 ‘계심어비(溪深魚肥·계곡은 깊고 물고기는 살이 쪘다)’로 붙인 유숙의 ‘천렵도’ 등도 만날 수 있다.
조선 말 원산에서 활동한 평민 출신 풍속화가 김준근의 미공개작 50여점도 걸린다. 김준근은 독일 베를린미술관,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등 세계 유수 박물관에 조선시대 화가로는 가장 많은 작품이 소장된 작가다. 뛰어난 기량과 사업적 수완으로 ‘수출 풍속화’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조선 후기 사람들의 삶과 놀이, 관혼상제, 관리와 형벌, 무속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그림들이 손에 잡힐 듯 실감나게 다가온다.
조정열 갤러리 현대 대표는 “이번 전시는 우리 현대미술의 뿌리를 되짚고, 우리 옛 미술을 재평가하는 자리로 기획했다”며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옛 미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오는 23일 오후 2시 유홍준 명지대 교수(전 문화재청장)가 ‘옛사람들의 삶과 풍류’를 주제로, 내달 13일에는 이태호 명지대 교수가 ‘조선 춘화의 에로티시즘’에 대해 전시장에서 강의한다. 관람료 5000원. (02)2287-350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