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대차, 5개 차종 가격 내린 까닭
현대차는 이날 5개 차종 10개 트림(모델)의 판매 가격을 최대 100만 원 가량 낮췄다. 해당 차종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쏘나타, 싼타페, 베라크루즈 5개 차종.
쏘나타, 싼타페, 제네시스 등 중대형급 모델의 가격 인하는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 공세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나 국내 판매는 2.3% 감소했다. ‘안방 사수’가 올 한해 풀어야 할 최대 과제로 부상했다.
현대차 입장에선 수입차의 가격 인하 바람이 부담이다. 지난해 국산차 고객을 타깃으로 한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파사트 등이 종전 가격을 낮춰 판매량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일 본사 대강당에서 정몽구 회장 주재로 시무식을 열어 올해 국내외 741만 대 판매(현대차 466만 대·기아차는 275만 대)를 새해 목표로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수준이다. 2006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판매 증가율이다. 유럽발 경기 침체로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워 올해 사업계획을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추진하자” 면서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최근 원화가치 급등에 해외 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돼 현대차 내부에선 영업 및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자동차 관련 기관들은 올해 내수 시장의 자동차 판매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150만 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 구도는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의 가격 인하로 자동차 내수시장이 활기를 되찾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국산 고급차를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춰 상품성을 널리 알리는 게 선행 과제” 라며 “소비자 접촉 빈도를 높인 후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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