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접대에 금품요구' 부패 근로감독관 집유

행정조치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아 챙기는 등 담당 사업장에서 행패를 부린 혐의(수뢰후 부정처사 등)로 기소된 근로감독관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청첩장을 돌리고 받은 축의금도 뇌물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5급 공무원 김모(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천500만원과 추징금 1천600여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김씨 후배 권모(49)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600만원과 추징금 27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관할 지역 내에서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지도·감독할 권한을 가진 근로감독관들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A업체에 건강검진 미수검자가 있으면 1인당 과태료를 20만원씩 부과한다는 사실을 고지하면서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한 끝에 3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감독을 맡은 업체 관계자들한테 수십차례에 걸쳐 골프접대, 식사접대, 현금을 받았다.

권씨도 이에 가담했다.

재판부는 대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며 "과태료를 줄여주는 대신 금품을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꾸짖었다.

특히 김씨는 감독을 맡은 업체 관계자 수십명에게 딸 결혼식 청첩장을 돌리고 축의금을 받은 일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자 `사교적인 의례'였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이 역시 뇌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알게 된 업체 관계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청첩장을 보낸 점, 이들이 축의금을 보내지 않으면 입게 될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으로 미뤄 뇌물이 맞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