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강제추행 맞지만…" 주택법 취지 고려
"고용승계 부탁과정 추행 공동주택 관리업무 아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더라도 공동주택 관리 업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만큼 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로 인해 해당 아파트 등 주민 사이에 논란이 예상된다.

춘천지법 행정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아파트 관리소장 A(50)씨가 '강제추행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강원도지사를 상대로 낸 주택관리사자격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도내 모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발령난 A씨는 2010년 3월31일 오전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정식 발령일보다 하루 앞선 방문이었다.

당시 이 아파트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B(여)씨는 신임 관리소장 발령 등 아파트 관리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B씨는 사무실을 찾은 A씨에게 '고용승계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의 말을 건넸다.

문제는 그날 오후에 벌어졌다.

A씨는 사무실 밖 복도로 B씨를 불러내더니 '고용승계가 잘됐으니 잘해보자'며 손을 잡거나 안으려 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B씨를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으며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 추행했다.

결국,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대법원 상고도 모두 기각돼 지난해 6월 원심 형량이 확정됐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의 관리소장 직위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는 성추행 혐의로 형이 확정된 관리소장의 직위 유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강원도는 지난해 9월 '공동주택의 관리업무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A씨의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강제 추행은 정식 발령 전날 이뤄진 만큼 공동주택 관리업무와 무관하고, 추행 행위로 인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뿐 주택관리 자격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고용 승계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여직원 추행 행위는 내부의 인사체계 운영 문제에 불과할 뿐 공동주택의 관리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근거로 한 A씨에 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죄 행위의 내용과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로 일정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인의 자격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동주택 관리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소하도록 한 주택법 취지를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j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