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카카오톡에서 청소년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만들었다는 ‘제1차 청소년보호 종합대책’에 담긴 내용이다. 카카오톡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청소년들이 욕설을 퍼붓고 메신저상에서 친구를 왕따시키는 등의 각종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법적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 논의 없이 발표해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방통위의 한 사무관은 “청소년이 카카오톡에서 욕설을 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정책이지만,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통신보호비밀법 14조는 ‘공개되지 않은 상대방과의 대화는 사전 검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욕설을 차단하려면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가기 전에 내용을 미리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현행법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성부 측은 이에 대해 “공공의 이익이 더 많다면 법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얘기는 다르다. 법률사무소 테크앤로의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여성부의 안(案)은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특정 욕설을 쓰지 못하게 프로그램을 손질하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욕설을 쉽게 만들 수 있어서다. “여성부가 SNS 이용시 욕설을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기로 했는데, SNS가 신종 욕설 경연장이 되겠군(@****umac)”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청소년들만의 새로운 비속어가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예컨대 넥슨은 10여년 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욕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종 욕설을 ‘강냉이’ ‘친구’로 바꾸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오프라인에서 초등학생들이 ‘강냉이’와 ‘친구’를 욕으로 사용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건전한 용어를 사용하고 사이버 폭력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여성부의 정책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취지가 정당하다고 해서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