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정부가 내놨던 1조원 현물출자 계획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농협 구조 개편이 정치권 다툼 속에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농협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내년 예산안 처리를 하루 앞둔 이날까지 농협 구조 개편에 따른 자본금 지원안을 놓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와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사업 활성화 등 중장기 투자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농협을 경제 부문과 금융 부문으로 나누는 사업구조 개편에 총 5조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중 4조원은 농협이 농업금융채권을 발행해 마련한 뒤 정부가 연간 이자 차액 1608억원을 메워주는 ‘이차 보전’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의 내년 예산에도 이미 포함됐다.

문제는 나머지 1조원이다. 정부는 산은금융지주와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5000억원씩 현물출자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산업은행법상 산은지주 주식을 1주라도 민간에 넘기려면 산은이 발행한 해외 채권에 대해 국가가 지급을 보증하는 동의안을 국회가 승인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산은 민영화의 걸림돌까지 해소돼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조원 현물출자 안되면 이자 차액 340억 지원을"

난처한 상황에 빠진 농협은 현물출자분 1조원도 이차 보전 방식으로 지원할 것을 국회에 건의했다. 1조원의 이자 차액 340억원을 추가로 내년 예산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변성환 농협중앙회 자금관리팀장은 “이 상태로는 자본금 부족분 6조원 가운데 1조원은 구멍이 난 상태로 내년을 맞을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낙농육우협회 등 농업단체로 이뤄진 농수축산연합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현물출자 1조원을 이차 보전 방식으로 즉각 전환하고 필요한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별도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여야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산은 민영화라는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이 나빠진다며 추가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농림수산 예산의 일부를 감액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31일까지 해결나지 않으면 50년 만의 농협 구조 개편도 ‘졸속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임원 급여 반납과 임원 수 축소, 본부 인력 감축 등을 단행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