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금융CEO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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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국내 금융산업은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벌이는 생존경쟁이다. 은행, 보험, 증권, 신용카드·캐피털 등 모든 영역이 다 그렇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뭘까. 사업 방식이 아주 비슷한 유사성이 심화되고, 쏠림현상이 빚어지기 일쑤다. 디퍼런트의 저자 문영미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경쟁은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릴 때 가능하다”며 “유사성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회사마다 사업구조에서부터 영업 형태까지 비슷하다보니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면 똑같이 수익성이 떨어진다. 초(超)저금리 시대에 순이자마진이 떨어지면서 은행마다 “내년에는 수천억원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똑똑해지면서 예전처럼 가산금리와 각종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도 어려워졌다.
혁신과 창의성 부족
금융회사들이 내놓은 ‘돌파구’는 다시 영업 강화다. 본부 인력을 영업현장에 전진 배치하고, 고객 밀착형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필요한 거래를 할 뿐, 지점에 오지 않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각종 시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은행원들의 하루 하루는 더욱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정보화 시대의 성장엔진인 혁신과 창의성을 발휘하려는 지주회사나 은행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인재를 육성하거나 영입하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경쟁우위를 따져 특정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출 영업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저 대출 부실을 막는 데 급급하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라보뱅크는 더 이상 자산을 늘리지 않고 식품·농업 분야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은행의 피엣 모랑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55%인 이 분야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60%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자산 경쟁을 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차별화를 위한 창의적인 미래 전략이 항상 추구했던 결실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멀리 보지 못하거나 열정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하나의 유산이라도 남기겠다는 악바리 같은 고집이 없으면 실천하기 불가능하다.
리더십으로 차별화 꾀해야
다행히 국내 은행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조직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 과장급이던 은행원들이 지금 본부장과 부행장이 돼 은행을 이끌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도 이런 경험 덕분이다. 본부의 결정에 따라 1만명 이상의 인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가능한 것은 실현하고, 가능하지 않은 것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있다.
노조도 ‘붕어빵 사업구조’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점 없이 소규모 점포만으로 영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이 1년3개월 새 일반 고객들로부터 7조2000억원의 예금을 유치하는 데 투입한 인력은 100명에 불과하다.
내년 금융권의 화두는 ‘차별화’가 돼야 한다. 조직에 ‘혁신 DNA’를 심고 성(城) 주위에 깊은 해자를 파는 그런 금융 CEO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히말라야 산맥의 셰르파처럼 목표점을 향한 길을 안내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금융계 CEO들의 탁월한 리더십 얘기가 2013년 한 해 지면을 장식하길 기대해본다.
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치열한 경쟁의 결과는 뭘까. 사업 방식이 아주 비슷한 유사성이 심화되고, 쏠림현상이 빚어지기 일쑤다. 디퍼런트의 저자 문영미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는 “경쟁은 모든 구성원이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달릴 때 가능하다”며 “유사성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회사마다 사업구조에서부터 영업 형태까지 비슷하다보니 경기 상황이 어려워지면 똑같이 수익성이 떨어진다. 초(超)저금리 시대에 순이자마진이 떨어지면서 은행마다 “내년에는 수천억원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똑똑해지면서 예전처럼 가산금리와 각종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도 어려워졌다.
혁신과 창의성 부족
금융회사들이 내놓은 ‘돌파구’는 다시 영업 강화다. 본부 인력을 영업현장에 전진 배치하고, 고객 밀착형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필요한 거래를 할 뿐, 지점에 오지 않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각종 시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은행원들의 하루 하루는 더욱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정보화 시대의 성장엔진인 혁신과 창의성을 발휘하려는 지주회사나 은행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인재를 육성하거나 영입하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인다. 경쟁우위를 따져 특정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시도도 눈에 띄지 않는다.
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대출 영업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저 대출 부실을 막는 데 급급하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라보뱅크는 더 이상 자산을 늘리지 않고 식품·농업 분야 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은행의 피엣 모랑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55%인 이 분야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60%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자산 경쟁을 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차별화를 위한 창의적인 미래 전략이 항상 추구했던 결실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멀리 보지 못하거나 열정이 없으면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하나의 유산이라도 남기겠다는 악바리 같은 고집이 없으면 실천하기 불가능하다.
리더십으로 차별화 꾀해야
다행히 국내 은행들은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조직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1997년말 외환위기 당시 과장급이던 은행원들이 지금 본부장과 부행장이 돼 은행을 이끌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도 이런 경험 덕분이다. 본부의 결정에 따라 1만명 이상의 인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가능한 것은 실현하고, 가능하지 않은 것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있다.
노조도 ‘붕어빵 사업구조’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점 없이 소규모 점포만으로 영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어서다. 산업은행이 1년3개월 새 일반 고객들로부터 7조2000억원의 예금을 유치하는 데 투입한 인력은 100명에 불과하다.
내년 금융권의 화두는 ‘차별화’가 돼야 한다. 조직에 ‘혁신 DNA’를 심고 성(城) 주위에 깊은 해자를 파는 그런 금융 CEO들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히말라야 산맥의 셰르파처럼 목표점을 향한 길을 안내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금융계 CEO들의 탁월한 리더십 얘기가 2013년 한 해 지면을 장식하길 기대해본다.
이익원 금융부장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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