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역과 포스코사거리 사이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소유한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포스코센터빌딩이지만, 이외에도 삼성생명 대치타워(구·하이닉스)나 동부금융센터와 같은 대기업들의 대형빌딩들이 연이어 늘어서 있다.

KT선릉타워 역시 이들 빌딩 인근에 있는 대기업 KT 소유의 빌딩이다. 선릉역 사거리에서 포스코사거리로 300여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바로 옆에 삼성생명 대치타워가 위치해 있다.

원래 이 건물은 KT의 자회사인 KTF 소유였다. KTF는 회사이름이 한국통신프리텔이던 1999년 450억원을 들여 이 건물을 매입했다. 이후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2009년 소유주가 KT로 바뀐다.

현재 KT 선릉타워로 이름이 바뀐 이 건물의 준공 당시 이름은 동남타워였다. 건물을 지은 정한개발은 나중에 이름을 신동방그룹으로 바꾼 동방유량의 계열사다.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인 신명수 회장이 이끌던 곳으로 건물의 실소유주가 노태우 전대통령이라는 의혹은 바로 여기서 시작했다.

현재가치 최고 1800억원대 19층 빌딩

KT 선릉타워는 강남구 대치동 890-20에 위치해 있다.

대지면적 1623.8㎡(491평) 위에 서 있는 지하 7층, 지상 19층의 건물이다. 연면적은 2만2471.24㎡(6798평)에 달한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테헤란로에 접한 이곳의 땅값은 3.3㎡당(평당) 3억원대를 보이고 있다.

땅값만 1400억원이 넘고 건물값을 땅값의 10~20% 정도로 감안할 경우 가격은 더 오른다. 매입 당시에 비해 최소 1000억원 이상은 가격이 인상된 셈이다.

이 건물은 본래 KTF의 소유였으나 현재는 KT의 자회사인 KT렌탈이 3층과 6~9층에 입주해 가장 많은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KT렌탈은 KT금호렌터카와 합병해 현재 차량 렌트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KT는 자회사 외에 다른 회사에도 건물을 임대하고 있다.

1층과 2층에는 NH농협증권과 NH농협은행이 입주해 있으며, 4층은 국민연금 역삼지사가 사용 중이다.

교보생명의 VIP고객을 관리하는 Financial Masters Group은 이 건물 10층과 11층을 사용하고 있다. ING생명도 3개 지점이 12~14층에 입주해 있다.

포스코가 설립한 장학재단인 포스코 청암재단도 이 건물 16층을 사용 중이다.

이 건물은 1996년 정한개발이 지은 건물이다. 정한개발은 1990년부터 인근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중간이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사가 시작될 무렵 언론들은 이 건물의 실소유주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정한개발과 노태우 전 대통령 사이에는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있다.


비자금 유입 밝혀졌지만…사돈 갈라서며 다시 이목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는 신정화씨와 1990년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신정화씨의 아버지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은 당시 동방유량의 대표였다. 동방유량은 식용유 브랜드 해표로 유명한 중견기업이었다.

정한개발은 동방유량의 계열사로 1990년 설립된 부동산 전문회사다. 당시 회사 대표가 동방유량의 다른 계열사 대표라는 점을 포착한 언론들이 이 회사와 동남타워의 실소유주가 노태우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1995년 12월 검찰은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230억원 가량이 사돈인 신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갔고, 이 돈 중 일부가 동남타워 신축자금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건물이 다시금 화제에 오른 이유는 올 6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을 추가로 공개한 사실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맡긴 비자금 420억원을 신 전 회장이 임의로 처분했다며 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또 비자금을 이용해 얻은 빌딩을 담보로 대출해 개인빚을 갚았다며 이는 배임죄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추징금 2628억원을 명령받아 현재 231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이 추징금을 완납하기 위해 올해 들어 친지와 사돈 등에게 차명으로 맡긴 비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던 와중에 사돈의 건에 대해 검찰에 진정서를 낸 것이다.

이 소송이 있기 전인 2011년 노재헌씨와 신정화씨가 이혼소송에 들어가면서 두 집안은 이미 갈라선 상태였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은 신 전 회장은 90년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 전 회장은 회사이름을 신동방으로 바꾼 이후 1997년 대농그룹의 주력기업인 미도파를 인수하기 위해 1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적대적 M&A는 대농측의 방어로 끝내 실패하고 신동방그룹은 IMF의 여파로 회사가 쓰러진다. 동남타워를 1999년 한국통신프리텔에 매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동방그룹은 이후 사조그룹과 CJ의 컨소시엄에 인수된다.

비자금을 둘러싸고 사돈 간에 벌인 이 공방은 아직 검찰이 결론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