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에서 인텔 도시바 등을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SSD 시장에서 작년보다 100% 이상 성장한 2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이 4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SSD 판매로 지난달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수백억원 규모였던 매출이 지난해 1조원에 이어 올해 2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이 SSD 분야에서 선전하는 것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전통적 메모리인 PC용 D램 시장이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올 상반기 SSD 시장 규모를 55억달러(약 5조9000억원)로 예상하면서 업체별 매출을 삼성 12억5000만달러, 인텔 11억1000만달러, 도시바 9억7500만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 이를 삼성 14억2600만달러, 인텔 9억2000만달러, 도시바 8억7800만달러로 조정했다. 삼성만 높이고 경쟁사는 낮춘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삼성이 20억달러 이상을 판매해 점유율 40%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 SSD의 경쟁력은 애플이 특허소송 이후 D램 등 삼성전자 제품 주문을 줄이면서도 SSD는 계속 삼성 제품을 쓰고 있다는 데서 드러난다. 지난해 삼성 SSD가 탑재된 맥북에어가 도시바 SSD가 들어간 제품보다 빠르다는 사실이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며, 소비자들이 삼성 SSD가 탑재된 맥북만 골라 사는 사태가 벌어진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맥북에어에 들어가는 256기가바이트(GB), 512GB 등 고사양 SSD는 모두 삼성 것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SSD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춘 것은 꾸준한 투자 덕분이다. 전동수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2008년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일 때부터 SSD 시장을 전략적으로 선점할 것을 주문해왔다.
2006년 세계 최초로 SSD를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는 물론 펌웨어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컨트롤러와 펌웨어의 연구·개발(R&D) 인력만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는 미국의 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를 인수했다. 엔벨로는 캐싱 기술(데이터를 디스크 캐시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것)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여주는 소프트웨어 업체다.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TLC를 채택한 제품(840시리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기술력에 기반한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기존 SSD는 셀을 2중으로 집적한 MLC(이중셀) 기술 기반의 낸드를 쓴다. 셀을 3중으로 집적한 TLC 기반의 낸드를 쓰면 용량 확대가 쉽고 값도 낮출 수 있지만 대신 수명 축소, 속도 저하의 우려가 있었다.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 값을 낮추고 품질은 높인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가 TLC 제품 출시로 SSD 값 하락을 부추겨 시장이 더 빨리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이서플라이는 SSD 판매량이 올해 4097만대에서 2013년 9190만대, 2014년 1억3180만대, 2015년 1억7710만대, 2016년 2억4000만대로 증가하는 등 2011~2016년 5년간 연평균 69% 고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 SSD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만드는 차세대 저장장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 비해 가볍고 정보를 읽고 쓰는 속도가 4배 이상 빨라 부팅시간 등을 줄일 수 있다. 비싼 게 단점이지만, 최근 값이 하락하며 HDD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