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4일 오전 6시55분

2009년 부임한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의 고민은 온라인 브로커리지(중개매매)에 이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었다. 온라인 브로커리지를 빼면 성과를 내는 분야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투자은행(IB)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봤고, 첫 단추로 기업공개(IPO) 영역을 강화키로 했다. 그리고 이듬해 키움증권이 주선해 만든 중소기업 대표들의 모임인 ‘키모로’를 발족했다.

이렇게 탄생한 키모로 출신 첫 상장 기업이 오는 27일 나온다.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CS엘쏠라가 주인공이다. 키움증권은 CS엘쏠라를 시작으로 내년에 4~5개 키모로 출신 기업을 상장시켜 IPO 강자 반열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증시 입성하는 키모로 출신들

24일 IB업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키로 한 업체 중 ‘키모로’ 출신은 내츄럴엔도텍 등 4곳이다. 2014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키모로 출신 중 스타트를 끊은 업체는 CS엘쏠라다. 이 회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소재인 정공수송층(HTL), 그린호스트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17~18일 실시된 일반공모에서 12.15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또 다른 키모로 출신인 내츄럴엔도텍과 엘티씨는 내년 상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호르몬 관련 바이오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여성 건강기능식품 ‘백수오’가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소재업체인 엘티씨도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47억원의 매출과 7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반도체칩 설계업체인 라온텍도 내년 하반기께 상장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모바일TV 수신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만든다. 지난해 매출 39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거뒀다.

◆“키모로 발판 삼아 IPO 강자 되겠다”

키움증권은 대형 증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IB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2010년 9월 키모로를 발족했다. 매년 2기씩 올해까지 총 5기를 배출했다. 기수마다 20~25개 업체가 참여해 현재는 출신 기업이 75곳에 이른다. 대부분 IPO에 관심이 많은 우량 비상장사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대형사와 외국계 증권사들이 선점한 인수·합병(M&A) 등의 부문보다는 IPO 부문에서 IB업무의 성장 발판을 마련키로 한 것”이라며 “IPO는 기업이 자본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IPO가 끝난 뒤에도 오랜 기간 해당 기업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매년 키모로 세미나에 직접 참가하는 등 애정을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IPO를 추진하고자 하지만 상장 절차 등을 몰라 어려움을 느끼는 업체들이 많다”며 “이 모임은 주기적으로 세미나 교육 등을 갖기 때문에 IPO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민 키움증권 IB사업본부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키모로 출신 업체들이 상장을 준비한다”며 “건수로는 리그테이블 IPO 부문 상위 5위권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