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버린 자식' 신세였지만…중소형 LCD, 삼성 '숨은 효자' 로
삼성이 중소형 LCD(액정표시장치) 점유율을 6개월 만에 14배가량 끌어 올렸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차지해온 태블릿PC용 패널 시장에서 약진한 덕이다.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 AM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일변도로 대응하던 삼성이 LCD를 병행하는 전략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삼성디스플레이의 9인치 이하 LCD 점유율(매출 기준)은 11.2%였다. 0.8%였던 상반기(1~6월) 점유율에 비해 14배 높아졌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 점유율도 24%에서 31.3%로 높아졌지만 대만 CMI와 AUO, 중국 인포비전의 점유율은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월별로 보면 지난 6월 600만달러에 그쳤던 삼성의 9인치 이하 패널 매출은 11월 1억6000만달러로 26배가량 늘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중심으로 중소형 LCD 시장 진출을 확대해 점유율이 급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은 중소형 LCD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옛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스마트폰용 소형 아몰레드를 납품하고 삼성전자는 TV용 대형 LCD를 생산하는 구조였다. 그러다 SMD와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합병한 지난 7월 이후부터 중소형 LCD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태블릿 킨들파이어 7인치와 8.9인치에 LCD를 대량 납품했고 7.7인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삼성 갤럭시탭용으로 LCD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형 LCD로 분류되는 삼성 갤럭시탭 10.1과 구글 넥서스10 전용 디스플레이로도 채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비해 가격이 싼 태블릿 특성상 완제품 회사들이 생산 단가가 비싼 아몰레드 대신 LCD를 선택하고 있고 터치감과 시야각 측면에서도 LCD가 경쟁력이 있어 삼성도 중소형 LCD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아이패드용 패널 시장에서 삼성 LCD 납품 비율을 줄이고 있는 것도 삼성이 다른 태블릿 제조사로 눈을 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