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변경 여부를 놓고 아큐텍과 한국거래소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이 1차적으로 아큐텍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국거래소가 아큐텍에 대한 제재를 풀지 않자 추가로 가처분을 신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큐텍은 지난 21일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주권매매거래정지 효력정지 등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3일에 이어 두번째다.

아큐텍과 한국거래소의 공방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최대주주의 지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지정돼 있는 아큐텍은 최대주주가 변경되면 주권 거래가 정지되는 동시에 상장 폐지 실질심사 여부를 심의받아야 한다.

사건의 발단은 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0월 16일 아큐텍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가 엄학순씨에서 노태욱씨 외 2인(천산홀딩스, 노태중씨)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당시 엄 씨는 지분 10.81%를, 노 씨 등은 13.95%를 보유하고 있었다.

회사 측은 그러나 조사 결과 천산홀딩스가 노 씨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거래소에 최대주주변경 공시를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천산홀딩스의 보유 지분(3.81%)을 제외하면 노씨 측 지분은 10.14%로 엄씨 지분을 소폭 밑돈다.

법원도 이 부분을 인정해 회사 측이 제기한 첫번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한국거래소에 본안 판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상폐 실질심사 절차 등을 중지할 것을 주문했다.

아큐텍은 또 엄 씨의 지분이 사실은 20%를 웃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기재가 누락됐지만 엄 씨는 천산에너지의 최대주주기 때문에 천산에너지와 천산에너지의 대표이사인 박환옥씨가 특수관계자라는 것. 이들 지분을 합하면 엄씨의 지분은 21.69%(11월 21일 기준)로 늘어나게 된다.

회사측 관계자는 "애초에 천산에너지를 엄 씨의 특수관계인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엄 씨와 천산에너지는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변경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그러나 아큐텍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엄 씨가 천산에너지의 주식을 샀다는 자료가 부실한 점, 천산에너지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명부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들어 엄 씨의 지분을 10.81%로 보고 있다.

반면 노 씨의 경우 천산홀딩스의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친척인 정현주씨의 지분을 더하면 노태욱씨, 노태중씨, 정현주씨의 지분 합이 11.39%로 엄 씨보다 많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엄씨에서 노씨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보고 상장폐지 실질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아큐텍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은 엄 씨가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한국거래소에 법원의 가처분 인용결정을 따르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심리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공시위원회가 내달 17일에 열리기 때문에 그 전에 심리를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