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가계·기업 빚, 위험수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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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싱가포르 등 민간부채 급증…"2~3년내 거품 터질수도"
GDP대비 은행대출, 97년 외환위기 웃돌아
GDP대비 은행대출, 97년 외환위기 웃돌아
“아시아 국가들에서 가계와 기업의 은행 빚 거품 가능성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영국계 은행인 HSBC의 아시아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프레드릭 뉴먼은 “아시아에서 은행 빚이 빠르게 늘면서 거품의 초기 징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높은 저축률 덕분에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견뎌낸 아시아에서 은행 빚 거품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저금리 추세로 가계와 기업이 너도 나도 싼 이자에 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가계와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대출 규모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은행 대출 확대에 의존한 경기 부양이 또 하나의 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3년 안에 거품 정점 달할 수도
HSBC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은 2007년 12월 82%에서 올 6월 104%로 늘어났다. 이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특히 최근 2년간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이 같은 기간 123%에서 131%로 높아진 것과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는 이른바 ‘디레버리징’에 나서면서 오히려 이 비율이 63%에서 62%로 낮아졌다.
GDP 대비 은행 대출 규모는 한 나라 경제의 활력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신용거품의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비율이 1년에 5%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동시에 주가가 15% 이상 오르면 2년 안에 민간부채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최소 20%라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대출 확대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2~3년 안에 거품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은 아시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7년 12월부터 올 6월까지 중국은 100%에서 120%로, 홍콩은 183%에서 275%로, 싱가포르는 87%에서 137%로 뛰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각각 96%에서 117%, 74%에서 98%로 은행 대출이 늘었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으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기가 쉬워졌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정부가 대출 확대 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유혹도 늘어났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국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는 이미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통화청 의장은 지난 10월 주택 가격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거품을 피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린 피추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사무총장은 “우리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각국 정부는 대출 확대를 아주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영국계 은행인 HSBC의 아시아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 프레드릭 뉴먼은 “아시아에서 은행 빚이 빠르게 늘면서 거품의 초기 징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높은 저축률 덕분에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견뎌낸 아시아에서 은행 빚 거품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 저금리 추세로 가계와 기업이 너도 나도 싼 이자에 돈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가계와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대출 규모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은행 대출 확대에 의존한 경기 부양이 또 하나의 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2~3년 안에 거품 정점 달할 수도
HSBC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은 2007년 12월 82%에서 올 6월 104%로 늘어났다. 이는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특히 최근 2년간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이 같은 기간 123%에서 131%로 높아진 것과 비교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들이 부채를 줄이는 이른바 ‘디레버리징’에 나서면서 오히려 이 비율이 63%에서 62%로 낮아졌다.
GDP 대비 은행 대출 규모는 한 나라 경제의 활력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신용거품의 신호로도 받아들여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비율이 1년에 5%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동시에 주가가 15% 이상 오르면 2년 안에 민간부채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최소 20%라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대출 확대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2~3년 안에 거품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모두 해당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
GDP 대비 은행 대출 비율은 아시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07년 12월부터 올 6월까지 중국은 100%에서 120%로, 홍콩은 183%에서 275%로, 싱가포르는 87%에서 137%로 뛰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각각 96%에서 117%, 74%에서 98%로 은행 대출이 늘었다.
무엇보다 선진국들의 저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으로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기가 쉬워졌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정부가 대출 확대 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려는 유혹도 늘어났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국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는 이미 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통화청 의장은 지난 10월 주택 가격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거품을 피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린 피추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사무총장은 “우리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각국 정부는 대출 확대를 아주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