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관련, 이번 주말에 구상을 마친 뒤 다음주 초께 인선을 포함한 조직 구성 전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5년간의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가늠할 수 있는 인수위에 전문가들이 바라는 제언을 요약한다.

○화합형 대탕평 인사를 해라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박 당선인의 말대로 국민대통합을 하려면 인수위 구성부터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음 정부에서 대탕평 인사를 한다고 했으니까 박 당선인을 찍지 않은 나머지 48.9%의 생각도 인사에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도 “과거 정부의 인사행태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받아들여 박 당선인이 공언한 것처럼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형 전문가군으로 꾸려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냈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실무형으로 꾸리되 측근들에게 맡기지 말고 당선인이 직접 챙겨야 한다”며 “사공이 없으면 우왕좌왕하거나 지휘체계가 산만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철저하게 팀워크 플레이나 시스템으로 움직이도록 해야지 개개인의 힘이 너무 세지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인수위가 단순히 정권인수 작업뿐 아니라 조각 아이디어도 나올 수 있고 무엇보다 5년간의 국정운영 기본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서두르면 안되고 심사숙고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당 정책 과감하게 수용해라

김진표 의원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은 1490만표의 의사를 반영하려면 인수위에서 국정 로드맵을 짤 때 야당이 제시했던 공약을 과감하게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면 문 전 후보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인물도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김판석 연세대 교수는 “특정 부분에서 상대 진영이라도 전문가적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상징적으로 영입할 수도 있다”며 “정책도 수용할 부분은 수용해야 정치적 세(勢)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현실적 공약 가려내라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공약을 무조건 다 이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도 다수였다. 표(票)를 위해 무리하게 내놓은 공약들까지 추진하다보면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결국 국민 혈세로 막아야 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김형오 전 의장은 “공약에 우선 순위를 매기고 점검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교수는 “박 당선인은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내세워 더 부담이 되겠지만 약속을 지킨다고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선거공약 중 실현하기 힘든 공약이라고 판단되면 인수위 단계에서 과감하게 배제하거나 추진 시기를 늦추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승리 도취감 내려놓아야

현 정부 부처, 청와대로부터 주요 현안 및 업무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현황 파악을 할 때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백 없이 곧바로 정권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김판석 교수는 “초반에 한동안 정부 측의 현황 브리핑이 이어질 텐데 잘 경청하면서 정책 기조를 설정한 뒤 1월 중순부터 새 정부의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수위가 이른바 ‘점령군’처럼 행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내영 교수는 “누구나 새 정부가 어떻게 갈지 주시하는 시기에 인수위원들은 승자의 도취감, 자신감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일해야 한다”며 “당선인이 측근들에게 언행 등에 신중할 것을 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태/도병욱/허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