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당선인으로서 첫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을 참배했다. 주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대사와 면담, 4강 외교에 시동도 걸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등 한반도 주변 정세 급변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행보라고 박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서 자신의 카니발 승합차량을 타고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박 당선인의 자택 주변에는 당선이 확정된 전날 밤부터 무장한 경찰 병력이 경계근무를 섰다. 청와대 경호팀도 이날 새벽에 투입돼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박 당선인은 오전 9시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도착, 선대위 주요 인사들과 함께 현충탑에 분향하고 묵념했다. 박 당선인은 방명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박 당선인은 현충원 방문 후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이어 선거 유세 이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이춘상 보좌관과 김우동 선대위 홍보팀장의 유골이 보관된 덕양 하늘문, 일산 청아공원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박 당선인은 이 보좌관의 하늘문 추모공원 납골당을 찾아 비치된 카드에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편안한 곳에 가셔서 영원한 축복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2012.12.20. 박근혜”라고 메모를 남겼다. 그는 이 보좌관의 아내에게 “15년간 헌신적으로 보좌해주셨는데 그 결과를 끝내보지 못하게 돼 너무나 마음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후 김 팀장의 납골당을 찾아 참배하고 김 팀장 아내에게 “가장 힘든 시간을 같이해주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셔서 우리가 말씀을 많이 따랐다”며 “(김 팀장의) 선친께서 KAL기 기장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두 분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되셨다고 하니 더욱 가슴이 아팠다”고 위로했다.

이어 성 김 주한 미 대사, 장신썬 주한 중국 대사, 벳쇼 고로 주한 일본 대사와 잇따라 면담을 했다. 박 당선인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촉발된 동북아 안보 위기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한편 이날 현충원 정문과 여의도 새누리 당사 등 박 당선인이 방문하는 곳마다 미리 ‘폴리스라인’과 검색대가 설치돼 소지품 등을 확인했으며, 헌병들까지 경호에 합류하는 등 대통령 수준의 경호가 이뤄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