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광고대행사) 열전 5] TBWA코리아

광고업계에서 다국적 광고회사 TBWA코리아는 "참 괜찮은 회사"로 통한다. 광고인들 사이에선 '가장 일하고 싶은 광고회사'로 꼽힌다.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겐 '광고인 사관학교'로 불린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업계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점, 회사의 위치가 트렌드에 민감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라는 점. 게다가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회사'다.

사람에 대한 욕심도 남다르다. TBWA코리아의 사원 모집 광고에는 '아무에게나 열어주지 않겠다. 다른 사람만이 다른 광고를 만들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사람'은 곧 '실력'으로 이어진다. 1999년 설립 이후 매년 4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엔 광고 취급액 3010억 원으로 업계 6위에 올랐다. 임직원 수는 209명이다.



◆"톱모델 등장하는 아파트 광고? 틀을 깨라"

TBWA코리아에는 '제작본부장'이 없다. 제작본부장이 일방적으로 특정 팀에 광고를 맡기는 대신 팀끼리 경쟁해 광고를 가져오는 식이다. 두 개 팀이 광고를 제작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임원 또는 다른 팀이 가장 나은 쪽을 경정한다.

경쟁 광고회사와 겨루기 전 팀내 경쟁을 통해 '대표 광고'를 선발하는 셈이다. 임직원들은 "이같은 방식이 회사의 경쟁력을 키운다"고 입을 모은다.

TBWA코리아의 광고 철학은 ‘DISRUPTION'. '단절'이라는 의미로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틀을 깨자는 것.

최근 제작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캠페인은 '아파트 광고는 유명 모델이 나와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났다. 중후한 이미지의 몸값 높은 모델을 내세우는 대신 아파트의 편의시설을 강조했다.

'비비디바비디부'란 주문을 유행시킨 SK텔레콤의 T캠페인도 TBWA코리아의 작품. SK텔레콤의 'Be The Reds' 캠페인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의 응원 구호처럼 쓰일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한 기업의 캠페인을 국민 운동으로 만든 이 캠페인은 제50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금사자상에 맞먹는 미디어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창의적인 광고로 유명한 박웅현 CD(Creative Director)도 TBWA코리아의 자랑이다.

업계 최고 대우인 이유는?

강철중 TBWA코리아 대표의 경영 철학은 '상식과 자율, 보람'으로 요약된다.

임직원 개개인이 건강한 상식이 통하는 자율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올바른 광고회사의 경영이라는 주장이다.

TBWA코리아 사내에선 여느 회사에서나 볼 수 있는 경영 목표 게시물을 찾아볼 수 없다.

'광고주님'은 금지어다. 광고회사에선 광고주를 광고주님으로 부를 정도로 막강한 존재이지만 광고인들의 위상과 크리에이티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강 대표는 "TBWA코리아에는 이같은 문화를 통한 좋은 광고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이 있으며 회사는 그들 스스로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최고의 대우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계 골목상권 지켜야…"

TBWA코리아는 '독립 광고회사'의 맏형 역할을 자처한다.

이상규 TBWA코리아 국장은 "인하우스(대기업 그룹 내 광고회사)에 기업의 광고 물량이 쏠리면서 독립 광고회사의 살 길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인하우스 광고회사들이 최근엔 소규모 광고까지 욕심을 내고 있다" 며 "5~10억 규모의 작은 광고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TBWA코리아는 큰 규모의 광고 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대신 기존 광고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독립 광고회사들의 '먹을거리'까지 넘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TBWA코리아가 외국계 회사의 한국법인이라는 점에서 독립 광고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 이 국장은 "TBWA에서 전 세계적으로 맡고 있는 광고 외에는 국내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광고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독립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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