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업체, 환차익은 일본 수입 차종에 긍정적 요인
혼다, 주력 차종 미국産 교체···"엔고 부담 없애"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자민당 정권이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을 예고하면서 엔화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시장서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던 일본차 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겨내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20일 오전 12시35분 현재 외환시장에선 엔화는 달러당 84.24엔에 거래됐다. 올 2월 초 76엔에 비해 엔화 약세 흐름이 뚜렷해졌다. 지난 18일 해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엔화 가치가 내년 1분기 85엔에서 시작해 4분기에는 9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 교수는 “아베 총재가 금융완화 정책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엔저 기조로 갈 것” 이라며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 기업, 특히 가격에 민감한 자동차 부문은 경쟁력에서 상당히 불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동안 일본 기업들이 능력에 비해 엔화 강세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 이라며 “장기적으로 엔저 기조를 유지할지는 의문이지만 지금까지 엔고 현상이 너무 심했기 때문에 조정 국면으로 가는것은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올해 일본차 업체들은 지난달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만1129대를 팔아 작년 동기보다 24% 증가했다. 도요타의 캠리 및 프리우스 판매량이 지난해 보다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와 같은 17.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수입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그에 따른 독일차 선호도가 높아져 점유율을 올리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오랜 엔고로 수익성이 나빠진 일본차 업체들은 최근 주력 차종의 미국산 교체 작업을 활발히 진행중이다. 혼다의 경우 내년에는 미국산 모델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일본 본사와 협의를 마쳤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내년에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쿠페) CR-Z를 빼면 모든 차종이 미국산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엔고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요타는 이미 뉴 캠리, 시에나, 벤자 등 3개 차종을 미국산 모델로 팔고 있다. 프리우스는 물론 렉서스의 전 차종이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어 엔화 약세가 수익성을 일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나 혼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국산 판매 비중이 적은 한국닛산은 수익 구조 면에서 원·엔 환율 차익이 크기 때문에 엔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수익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차 업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인하에 맞춰 일본 내 생산·수출 비중을 줄이고 해외 생산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준호 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수출시장의 인센티브 여력은 더 생길 수 있다” 면서 “그럼에도 일본차 업체들은 엔고를 염두해 두고 해외생산 이전 작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김소정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