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퇴근전쟁…KTX 매진·버스 놓칠라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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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중앙부처 세종시 근무 시작…어땠습니까?
통근버스 출발 시간보다 15분 일찍 갔는데도 120여명 줄서 기다려
광화문·반포 임시사무실…재정부는 '이산가족'
통근버스 출발 시간보다 15분 일찍 갔는데도 120여명 줄서 기다려
광화문·반포 임시사무실…재정부는 '이산가족'
당초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수도권 통근버스 운행노선 및 시간표’에 따르면 인덕원 근처에 배치된 통근버스는 모두 3대. 버스 1대당 정원은 40명이다. 망연자실해 있는 A국장 앞에 통근버스가 추가로 도착했다. 행안부가 사전수요 조사를 통해 당초 예정보다 통근버스를 3대 더 투입한 것. 이날 이곳에서 왕복 4시간짜리 통근버스를 탄 공무원은 200여명에 달했다.
○2000여명 수도권서 이동
비슷한 시간 서울과 경기 분당, 수원, 일산 등 수도권 일대에서도 새벽잠을 설친 공무원들의 ‘세종시 출근전쟁’이 시작됐다. 이날부터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재정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등 6개 중앙부처의 세종시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을 이용해 이삿짐을 옮긴 각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청사로 출근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4200여명의 절반에 가깝다. 이 중 상당수는 통근버스를 이용했다. 이날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 공무원들을 실어나른 통근버스는 모두 47대. 행안부에 따르면 모두 1516명이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KTX를 이용한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농식품부 B과장은 이날 KTX로 서울에서 오송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전날 밤 인터넷에서 기차표 예매를 시도했지만 일반석은 모두 ‘매진’이었다. 어쩔 수 없이 특실을 예매했다. 일반석 편도가격은 1만7200원, 특실은 2만4100원이다.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기차로 걸린 시간은 40분 정도. 하지만 오송역에 도착해서도 문제였다. 세종청사까지 가는 간선급행버스(BRT)가 1시간에 1대밖에 다니지 않기 때문. BRT를 놓친 일부 공무원은 오송역 근처에서 2만원 정도 내고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야 했다. 아침 8시25분에 오송역을 출발한 BRT 1대는 운행 도중 고장이 나는 바람에 15분가량 도로 한가운데 멈춰서기도 했다.
○어수선한 새 청사
청사 근처에 도착한 뒤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공무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재정부 C과장은 “사전에 몇 번 청사 근처를 답사했는데 주변이 모두 공사판이라 어디가 어딘지 헷갈린다”고 혀를 내둘렀다. 청사 내부도 혼잡했다. 과천청사에서 내려온 이삿짐과 직원들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 때문에 마스크를 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 식사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직원 수에 비해 식당 공간이 좁아 2교대로 식사를 해야 했다. 나중에 밥을 먹게 된 농식품부 직원 일부는 식당 밥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워야 했다.
○퇴근길도 전쟁터
오후 6시를 전후해서는 한바탕 퇴근 전쟁이 벌어졌다. 청사 인근 공터에 마련된 정류장에는 행선지 표시판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어둠 속에서 집으로 가는 퇴근버스를 찾기 위해 이 버스, 저 버스를 기웃거려야 했다. 재정부 경제정책국의 한 간부는 “새벽에는 출근 걱정, 오전에는 점심 걱정, 오후에는 퇴근 걱정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세종청사가 문을 열었지만 ‘이산가족’ 신세를 면치 못하는 부처도 있다. 재정부 예산실과 세제실은 이날 세종시에 입주하지 못했다.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질 국회의 내년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 심의에 맞춰 서울 반포동의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기 때문. 박재완 장관과 신제윤·김동연 차관 등 재정부 장·차관도 각종 회의 일정 탓에 1주일 중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낼 예정이다.
세종=주용석/이심기/김유미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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