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카드빚을 내 개발한 아바타 배포기술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하루종일 ‘돈 갚으라’는 채권 추심 전화에 시달렸어요. 2009년엔 수주한 소프트웨어 설치사업을 구현하지 못해 고객사에 사죄하러도 다녔죠. 이런 창업과정이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잠재력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올 하반기 주요 모바일 공모전을 휩쓸며 게임업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벤처기업인이 있다. 권혁태 디지엠정보통신 대표(사진·35)가 주인공이다. 독특한 체감형 게임 엔진을 개발, 지난 10월 ‘2012 모바일활용 및 혁신상’ 지식경제부장관상에 이어 지난달 ‘제12회 모바일 기술대상’ 방통위원장상, 이달 6일 방통위 주최 ‘제1회 TV 앱 이노베이션 대상’ 게임부문 최우수상을 잇따라 거머쥐었다.

부천 디지엠정보통신 사무실에서 최근 권 대표를 만났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머가 꿈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엔 도스(DOS) 운영체제(OS)에서 동작하는 기업 고객관리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소프트웨어 회사 창업은 그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창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창업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바타 배포기술이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카드빚까지 잔뜩 끌어다 썼는데 말이죠. 디지엠을 세운 뒤에도 소프트웨어 용역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발주회사를 직접 뛰어다니며 설득하는 게 다반사였어요. 이런 과정에서 생긴 뚝심이 지금은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 ‘2012 런던게임즈’는 이런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TV속 캐릭터가 힘차게 트랙을 따라 달려간다. 흔들다가 폰을 위로 치켜올리면 캐릭터가 점프해 허들을 넘는다.

스마트폰을 ‘게임 컨트롤러’처럼 이용하는 이 게임이 바로 ‘2012 런던게임즈’ 6개 종목 중 하나인 ‘110m 허들’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 쓰이는 체감형 콘텐츠 핵심기술 ‘구피’를 그가 개발했다. 권 대표는 “구피를 이용하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스마트TV 등 다른 정보기술(IT) 기기와 실시간 연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에게 꿈을 물었다. “모든 개인적 꿈과 계획은 회사를 통해 이루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성장과 꿈을 실현해 주고 싶어요. 지금 학사 출신은 석사, 전문대 출신은 학사 공부를 지원하는데 앞으로는 교육 및 복지를 더 늘리려고 합니다.”

부천=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