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물’의 수성이냐, ‘백두산 물’의 돌풍이냐. 연간 6000억원 선으로 추산되는 국내 ‘먹는샘물’ 시장에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14년간 부동의 1위였던 ‘제주삼다수’ 유통권이 농심에서 광동제약으로 넘어간 가운데 농심은 자체 개발한 백두산 생수를 출시하며 맞불을 놨다.

농심은 오는 20일부터 중국에서 판매해온 ‘백두산 백산수’를 국내에서 판매한다고 17일 밝혔다. 가격은 소매점 기준 600㎖ 페트가 500~600원, 2ℓ 페트는 1000~1200원이다. 백산수는 백두산 천지 북면의 산기슭 해발 670m에 있는 원시림보호구역에서 뽑아낸 물이다. 연중 7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는 저온 천연 화산암반수로, 불순물을 제거한 청정함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내세웠다.

최윤석 농심 상품영업총괄 전무는 “제주삼다수로 먹는샘물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온 경험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물맛을 자랑하는 백산수로 ‘신화’를 재현하겠다”며 “5년 안에 연매출 2000억원을 달성해 1위를 탈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백두산 자연보호구역에서 뽑아낸 고급 광천수 ‘백두산 하늘샘’ 판매를 시작했다. 수원지는 북한 혜산시를 마주보고 있는 중국 칭바이현 백두산 남쪽 관문이다. 알칼리성 화산암층을 통과, 천연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고 맛이 깔끔한 물이란 점을 내세웠다. 가격은 편의점 기준 550㎖ 페트가 900~1000원이다.

롯데칠성은 백두산 생수사업이 그룹 차원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성기승 롯데칠성 홍보팀장은 “이익 창출보다 민족의 정기를 담은 물을 제공한다는 차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5년 내 연매출 1000억원대의 주요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부터 제주삼다수 유통을 시작한 광동제약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1등 굳히기에 나섰다.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은 17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해 삼다수 사업을 시작한 만큼 소비자 제일주의의 마음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편의점과 슈퍼마켓 유통을 맡은 광동제약은 삼다수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제주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삼다수 취수량을 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다수는 편의점에서 850원(500㎖)과 1550원(2ℓ)에 팔리고 있다.

한편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이들 제품보다 최소 20% 이상 저렴한 자체상표(PB) 제품으로 가격을 중시하는 실속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마트가 자체 기획한 1480원(6ℓ) 짜리 ‘이렇게 좋을수가’는 생수 판매순위에서 삼다수에 이어 2위다. GS25의 1000원(2ℓ) 짜리 ‘함박웃음맑은샘물’은 올해 전 제품 중 판매 5위를 기록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