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3일 오전 7시12분


국내 홍삼업계 3위 천지양이 사모투자펀드(PEF)에 팔린다. 홍삼 시장이 올 들어 경기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소 홍삼업체들이 한 차례 구조조정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지양을 인수하는 PEF는 골드만삭스 출신 안상균 대표가 이끄는 앵커파트너스다. 현재 홍삼 시장의 주력인 6년근과는 달리 ‘4년근 홍삼’에 강점이 있는 천지양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사모펀드에 첫 인수되는 홍삼업체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파트너스는 천지양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하고, 조만간 잔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천지양 브랜드와 직원 및 판매채널 등 우량자산만 인수하고 퇴직금을 제외한 부채는 가져오지 않는 방식이다.

2007년 창업한 천지양은 A급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지난해 매출은 327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부채가 1년 전(106억원)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난 241억원에 달하는 등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몇몇 벤처캐피털과 PEF가 투자를 검토했지만 실제 성사된 적은 없었다.

P&A 방식이어서 인수금액은 수십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에선 천지양의 몸값을 최대 500억원까지 예상했다. 앵커파트너스는 100% 자회사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300억원가량을 투자한 뒤 자산을 이전받아 사명을 ‘천지양’으로 바꿨다. 전문경영인으로는 김종철 전 제주항공 대표를 영입했다.

천지양은 4년근 홍삼을 앞세워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홍삼시장 구조조정 신호탄

국내 홍삼 시장은 ‘웰빙 열풍’에 힘입어 2008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로 해마다 10~20%씩 성장했다. KGC인삼공사 ‘정관장’이 70% 넘는 점유율로 독주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고가의 홍삼제품 판매가 위축되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500억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은 내년을 기점으로 대거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4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H사, 자체 브랜드로 백화점에서 두각을 보였던 K사 등의 홍삼 브랜드가 추가 M&A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홍삼 시장에는 대기업도 잇달아 진출했지만 정관장(작년 매출 9400억원, 영업이익 2062억원)의 아성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4~5위권으로 꼽히는 동원F&B ‘천지인’과 롯데헬스원 ‘황작’도 연 매출이 200억원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뛰어든 풀무원에선 홍삼 사업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업계 2위 농협한삼인은 올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한삼인의 작년 매출은 560억원, 영업손실은 68억원이었다.

한편 앵커파트너스는 골드만삭스 PIA 출신인 안 대표가 올해 설립한 2억달러 규모의 신생 PEF다. 두달 전 콜센터 아웃소싱 전문업체 메타넷엠씨씨에 1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천지양도 손에 넣었다. 내년 상반기 중 추가 자금을 조달해 펀드 규모를 5억달러로 확대할 예정이다.

임현우/조진형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