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폴사인을 SK에서 에쓰오일로 바꿔단 서울 여의도 경일주유소가 최고가 악명 벗기에 나섰다. 이 주유소는 9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지난 4일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인지도가 높은 주유소 이름은 그대로 뒀지만 ‘전국 최고가’ 가격 정책은 버렸다.

경일주유소는 7일 현재 휘발유는 ℓ당 2235원, 경유는 2135원에 판매하고 있다. 휘발유 기준 영등포구 평균(2031원)보다는 높지만 인근에 있는 GS 여의도주유소(2285원)나 SK 여의도주유소(2293원)보다 50~58원 낮은 가격이다. 강남의 최고가 주유소에 비해서는 140원 가량 싸다. 경일주유소는 여의도 인근뿐 아니라 서울 시내를 포함해 전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높은 주유소의 대명사였기에 변신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가격이 가능한 것은 자영으로 운영되던 이 주유소가 에쓰오일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 주유소 부지는 국회의사당 앞 요지로, 국회의원이나 금융회사의 임원들이 주요 고객이어서 가격을 비싸게 내걸고 서비스의 고급화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되면서 임대료 상승에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져 결국 매물로 나왔고 부지 실소유주인 천일고속은 에쓰오일에 부지를 빌려줬다. 에쓰오일은 이 주유소를 자영 사장과 계약하는 대신 직접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고품질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에쓰오일은 주유소 내 휴게실 마련하고 고급 거품 세차기도 들여 놓았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세차 대행도 해주고 편의점뿐 아니라 세탁전문점까지 입점시켰다. 주유원 외에 서비스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들고 인력을 투입해 서비스 전반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기름값은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임대료에 좌우되는데 높은 임대료는 어쩔 수 없지만 직영으로 운영하고 유통비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며 “최고가가 아니더라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층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