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제대로 하고싶다면 '싸움닭 역할'을 심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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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항일수록 윗선 눈치…자유로운 의사결정 힘들어
누군가 총대 메고 반론 제기…다양하고 수평적 토론 가능
민감한 사항일수록 윗선 눈치…자유로운 의사결정 힘들어
누군가 총대 메고 반론 제기…다양하고 수평적 토론 가능
일전에 만난 한 직장인이 ‘회의에 회의를 느낀다’는 말로 직장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에서도 회의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점수가 낮은 편이다. 심지어 어느 직장인은 ‘M&M’만 없으면 일하기 쉬울 거라는 농담을 했다. 초콜릿 이름이 아니라 미팅과 매니저의 머리글자란다.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회의가 왜 이리 천덕꾸러기가 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회의가 일방적 지시의 당의정으로 변질되기 때문일 게다. 설탕 코팅을 한 약처럼 겉모습은 회의의 형태를 취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일방적인 지시에서 멀지 않은 피상적인 회의라는 말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의미 있는 토론과 공지로 대체될 수 있는 내용이 뒤섞이다 보니 회의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회의를 하자니 시간이 아깝고, 안 하자니 불안하고…. 이제는 회의를 개선하는 방법을 논의할 회의라도 개최해야 할 상황이다.
기업에서 회의는 대체로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회의 참석자가 모두 도착했는지 확인한 뒤 인사 겸 개회 선언을 한다. 진행자가 회의 목적을 밝히기도 하지만 주로 회의 순서만 언급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회의에 참석한 상급자 위주로 자기 의견을 말하고, 배석한 직원들은 열심히 노트에 적기만 하다가 민감한 사안이 나오면 서로 조심스럽게 몇 차례 의견을 주고 받는다. 헤비급 선수들이 모이는 회의일수록 민감한 사항을 조심스레 언급하다 마지막에 의사결정을 사장에게 미룬 채 마무리하기도 한다.
단계별로 해법을 찾아보자. 회의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회의의 목적을 명확하게 밝힌다거나 참석자 모두 자료를 읽고 회의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회의 개선 방법은 회의 전에 회의를 할지 말지 그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회의를 하지 않기로 하는 순간 많은 문제가 저절로 해소된다.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가능하다. 회의에서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소재로만 추려 회의를 소집하고, 나머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회의에서 일장연설과 일방적 공지사항을 제거해도 회의 시간은 10~15% 이상 줄어든다.
회의가 시작되면 다른 해법을 적용한다. 회의는 크게 두 가지, 즉 수평적 자유토론 회의와 수직적 의사집행 회의로 구분한다. 수평적 자유토론 회의란 참석자들이 지위를 막론하고 자기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회의다. 주로 신규상품 개발 회의 등의 창의적 사고가 강조되는 회의다. 리더는 가능한 한 자유방임형으로 회의를 참가자에게 맡기고, 남의 의견을 흠집 내는 사람을 제재하는 방범대원 역할을 하면 된다.
과거 유럽의 교회는 요직에 사람을 세우기 전에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이라는 제도를 운영했다. 비판적인 후보 검증자를 지정, 인선 전에 후보자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검증자로 지목된 사람은 후보자와의 개인적 친분 등을 잊고 예리한 시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청회 당일 후보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야 한다. 의사결정 전 자유토론을 주관하는 의사결정자도 미리 이 역할을 담당할 직원을 정해 놓을 수 있다. 혹시 리더의 눈치가 보여 실패할 계획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미리 싸움닭을 정해 놓는 것이다. 앤드루 그루브 전 인텔 회장은 참석자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흐르면 회의를 멈추고, 싸움닭 역할을 할 사람을 불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집단적 사고마비를 예방했기에 인텔은 거듭해서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수직적 의사집행 회의란 참석자들이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구체적 실행계획 방법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자리다. 이 회의는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한 실행계획을 다루는 과정이니, 그 자리에서 의사결정 자체를 번복하는 제안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는 의사결정 전 수평적 자유토론 회의에서 모두 마쳐야 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기업 환경에서는 회의가 의사결정의 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다수결로 의결하는 정치토론이나 지역 공청회와 달리 의사 결정자가 정해져 있다. 결국 의사결정자가 의견을 들은 뒤 회의장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임감을 갖고 결정한다. 그러니 다수결 투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하려고 들지 말고, 의사집행 회의 위주로 진행해야 효과적이다.
회의를 소집하고 주관하는 리더라면 이제 회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먼저 공지할 내용과 회의할 내용을 구분해 회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기업활동에 필수적인 회의가 왜 이리 천덕꾸러기가 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회의가 일방적 지시의 당의정으로 변질되기 때문일 게다. 설탕 코팅을 한 약처럼 겉모습은 회의의 형태를 취하지만, 본질은 여전히 일방적인 지시에서 멀지 않은 피상적인 회의라는 말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의미 있는 토론과 공지로 대체될 수 있는 내용이 뒤섞이다 보니 회의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회의를 하자니 시간이 아깝고, 안 하자니 불안하고…. 이제는 회의를 개선하는 방법을 논의할 회의라도 개최해야 할 상황이다.
기업에서 회의는 대체로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회의 참석자가 모두 도착했는지 확인한 뒤 인사 겸 개회 선언을 한다. 진행자가 회의 목적을 밝히기도 하지만 주로 회의 순서만 언급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회의에 참석한 상급자 위주로 자기 의견을 말하고, 배석한 직원들은 열심히 노트에 적기만 하다가 민감한 사안이 나오면 서로 조심스럽게 몇 차례 의견을 주고 받는다. 헤비급 선수들이 모이는 회의일수록 민감한 사항을 조심스레 언급하다 마지막에 의사결정을 사장에게 미룬 채 마무리하기도 한다.
단계별로 해법을 찾아보자. 회의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회의의 목적을 명확하게 밝힌다거나 참석자 모두 자료를 읽고 회의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회의 개선 방법은 회의 전에 회의를 할지 말지 그 자체를 결정하는 것이다. 회의를 하지 않기로 하는 순간 많은 문제가 저절로 해소된다.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가능하다. 회의에서 다룰 만한 가치가 있는 소재로만 추려 회의를 소집하고, 나머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회의에서 일장연설과 일방적 공지사항을 제거해도 회의 시간은 10~15% 이상 줄어든다.
회의가 시작되면 다른 해법을 적용한다. 회의는 크게 두 가지, 즉 수평적 자유토론 회의와 수직적 의사집행 회의로 구분한다. 수평적 자유토론 회의란 참석자들이 지위를 막론하고 자기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회의다. 주로 신규상품 개발 회의 등의 창의적 사고가 강조되는 회의다. 리더는 가능한 한 자유방임형으로 회의를 참가자에게 맡기고, 남의 의견을 흠집 내는 사람을 제재하는 방범대원 역할을 하면 된다.
과거 유럽의 교회는 요직에 사람을 세우기 전에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이라는 제도를 운영했다. 비판적인 후보 검증자를 지정, 인선 전에 후보자를 조사하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검증자로 지목된 사람은 후보자와의 개인적 친분 등을 잊고 예리한 시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공청회 당일 후보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야 한다. 의사결정 전 자유토론을 주관하는 의사결정자도 미리 이 역할을 담당할 직원을 정해 놓을 수 있다. 혹시 리더의 눈치가 보여 실패할 계획에도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미리 싸움닭을 정해 놓는 것이다. 앤드루 그루브 전 인텔 회장은 참석자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흐르면 회의를 멈추고, 싸움닭 역할을 할 사람을 불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집단적 사고마비를 예방했기에 인텔은 거듭해서 성공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수직적 의사집행 회의란 참석자들이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구체적 실행계획 방법을 논의하고 합의하는 자리다. 이 회의는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한 실행계획을 다루는 과정이니, 그 자리에서 의사결정 자체를 번복하는 제안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는 의사결정 전 수평적 자유토론 회의에서 모두 마쳐야 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기업 환경에서는 회의가 의사결정의 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다수결로 의결하는 정치토론이나 지역 공청회와 달리 의사 결정자가 정해져 있다. 결국 의사결정자가 의견을 들은 뒤 회의장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책임감을 갖고 결정한다. 그러니 다수결 투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하려고 들지 말고, 의사집행 회의 위주로 진행해야 효과적이다.
회의를 소집하고 주관하는 리더라면 이제 회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먼저 공지할 내용과 회의할 내용을 구분해 회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